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이 주주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공개적으로 요구한 주주제안 내용 중 일부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를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한진칼과 ㈜한진 2대주주인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 측에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을 요구했다.

13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송현동 부지 연내 매각 추진을 포함한 향후 5개년 중장기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 및 경영 투명성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월 KCGI는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하면서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 검토할 것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에 한진그룹은 주주가치 극대화 방안을 통해 사업구조 선진화를 위해 송현동 부지를 연내 매각하기로 하면서 상세한 일정과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서귀포칼호텔과 연계한 고급 휴양 시설로 개발할 예정이다. 연내 사업성 검토를 다시 실시해 개발 가치가 매각 가치보다 낮을 경우 매각하기로 했다.

배당성향도 확대한다. 2018년 당기순이익 50% 수준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현금 유보와 주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주요 상장사와 공동으로 한진그룹 IR도 정기 개최하고, 그룹 주요 경영성과 및 계획도 조기 공시한다는 방침이다.

경복궁 옆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지배구조 개선책도 내놓았다. 한진칼은 사외이사를 현재 3인에서 4인으로 늘려 7인 이사회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상법 규정에 따라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설치한다. 추천위원회 구성원 과반수는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감사와 견제 기능을 강화한 경영시스템도 추가 마련하기로 했다. 한진칼과 ㈜한진에 감사위원회를 두고, 특히 지주사인 한진칼은 감사위원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위원 3명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할 예정이다.

한진칼은 이외에도 회계 조직과 별개로 내부회계관리를 운영하는 조직과 이를 감독하는 조직을 각각 설치하기로 했다. 이사회 내에도 내부거래위원회를 마련한다.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거래 시 법률 위반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작년 8월부터 운영한 그룹 차원의 자문 기관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도 활성화시켜 공정거래 및 상법 준수, 조직문화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임직원간 소통 활성화 및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선다.

한진그룹은 항공운송, 종합물류, 호텔‧레저 사업에 집중해 오는 2023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을 22조원,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그룹 예상 매출 16조5000억원 대비 연평균 성장률 6.2%를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예상 수치인 6.1%에서 10%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항공운송 부문에서는 신형 항공기 투자, 신규 노선 확대, 조인트벤처 협력 및 항공사간 제휴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업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종합물류 부문에서는 생산능력 및 고객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하고, 호텔‧레저 부문에서는 항공운송 부문과 연계 영업 강화, 운영 효율성 개선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