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사인 미국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과징금 소송이 10년 만에 사실상 공정위의 승소로 일단락됐다. 대법원 1부는 퀄컴이 2732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과징금 일부를 제외하고 2000억원 이상의 처분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퀄컴은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LG전자 등에 자사 통신칩과 RF(무선송수신)칩 구매를 조건으로 매년 수백만~수천만 달러의 특허 사용료(로열티) 할인과 리베이트 혜택을 제공해오다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또 경쟁사의 통신칩을 사용하는 휴대폰 제조사에는 차별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기도 했다. 2700여억원의 과징금은 2009년 당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퀄컴은 곧바로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은 2013년 퀄컴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이라며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이어 대법원은 고법 판단의 대부분을 유지한 가운데 'LG전자의 RF칩 리베이트' 부분에 대해서만 과징금이 일부 잘못 부과됐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과징금은 400억~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관련 소송을 잇따라 벌이고 있는 퀄컴에 상당한 악재(惡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2016년 퀄컴이 이동통신 관련 표준필수특허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며 역대 최대인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재차 부과했다. 퀄컴은 이에 대해서도 불복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판결이 확정되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퀄컴과 재협상을 통해 특허 로열티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