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P2P 금융(개인 간 금융거래)에 대해 정부가 메스를 들었다. 법을 새로 만들어 개인 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정하고 P2P 업체의 등록 요건을 강화한다. 대신 P2P 업체와 금융기관도 P2P 대출에 투자해 판을 키울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은 11일 공청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P2P 금융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P2P 대출을 둘러싸고 허위 공시, 투자금 횡령 등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법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 발표에서 "미국은 증권법을 적용하고 있고 영국은 금융청의 인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며 "최근 규제를 강화한 중국도 차입자의 대출 한도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P2P 금융은 개인 투자자와 차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직접 돈을 빌려주고 빌려 쓰는 금융 모델이다. 2016년 말 6000억원 수준이던 P2P 누적 대출액이 작년 말 8배인 4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은행처럼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다 보니 이를 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출 부실 리스크는 P2P 업체 대신 투자자가 떠안아야 한다. 정부가 2017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P2P 투자 한도 손본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법제화 방향의 핵심은 개인 투자자의 투자 한도 개편이다. 업체당 1000만원인 투자 한도를 P2P 금융업계 전체에 대해 총투자 한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하려는 투자자의 경우 현재는 1000만원씩 10개 업체에 나눠서 투자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원하는 1개 업체에 1억원을 모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총투자 한도는 법률 제정 과정에서 정하기로 했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보다는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2P업에 대한 등록 요건은 강화된다. 현재는 대부업체에 준해 자기자본 3억원 이상 기준을 두고 있는데 이를 3억~10억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큰손' 금융기관의 대출 참가 허용… P2P 판 커지나
대신 P2P 업체의 자기자금 투자와 금융기관의 P2P 대출 참가는 허용하는 쪽으로 간다. 현재 가이드라인에는 명시적인 설명이 없어 사실상 금지돼 있는데 제한적으로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일부 비율 제한을 두긴 했지만 큰손인 금융기관이 들어오면 P2P 시장의 판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P2P 업체 입장에서는 자기 자금을 보태어 출시한 상품을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게 된다. 금융회사는 P2P 대출로 투자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금융 소비자들은 P2P 상품을 고를 때 금융회사의 투자 여부가 중요한 정보가 된다. 차입자는 대출금을 빨리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업계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핀테크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 혁신 산업의 잠재력을 가두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이날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안을 마련하고 연내에 입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