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순환시계 지표 8개가 '하강', 2개만 '회복'
경기선행·동행지수 움직임 2004년 불황 닮아

경기순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경기순환시계’의 10개 지표 가운데 8개가 ‘경기 하강’에 위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개 지표의 경우 ‘하강’과 ‘회복’ 가운데 있었다. 정부는 "수출 소비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기획재정부, ‘국민이 궁금한 우리 경제 팩트체크 10’)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경제 상황이 불황의 한 가운데 있다는 의미이다.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통계청이 지난 8일 공개한 2018년 12월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경기순환시계 작성에 사용되는 10개 지표 가운데 8개 지표가 ‘전월 대비 감소’와 ‘추세 하회(下回)’가 함께 나타나 ‘경기 하강’을 시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강 국면에 있는 지표는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건설기성액, 수출액,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였다. 하강과 회복 사이에 있는 2개 지표는 수입액과 취업자수였다.

통계청은 경기 판단을 위해 10개 주요 지표들의 움직임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으로 경기순환시계를 작성한다. 주요 경제 지표들이 각각 ‘상승→둔화→하강→회복’의 경기 흐름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를 도시(圖示)해, 전체 거시 경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가로축은 전월 대비 증감, 세로축은 추세 상회·하회다. 전월 대비 증가와 추세 상회가 동시에 나타나면 ‘상승’, 전월 대비 감소와 추세 상회가 함께 나타나면 ‘둔화’다. 또 전월 대비 감소와 추세 하회가 동시에 나타나면 ‘하강’이고, 전월 대비 증가하지만 추세를 하회할 경우는 ‘회복’이다.

통계청이 8일 공개한 2018년 12월 경기순환시계. 10개 지표 중 8개가 ‘하강’에 위치해있다. 지표들의 현재 위치는 점으로, 과거 6개월간 위치는 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주요 지표 들이 대거 ‘하강’에 있다는 것은 경기가 앞으로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10개 지표 중 상당수는 경기 선행 지표이기 때문에, 경기 순환에서 최저점에 해당하는 시기에는 ‘회복’이나 ‘상승’에 위치한다. 이전 경기 최저점(통계청 경기 순환 기준)인 2013년 3월의 경우 ‘회복’에 4개 지표, ‘상승’에 1개 지표가 있었다. ‘하강’에 있던 지표는 5개였다. 2009년 2월에는 ‘회복’에 5개 지표가 있었고 2005년 4월에는 ‘회복’에 2개, ‘상승’에 3개 지표가 있었다.

실제로 경기 흐름은 급격한 충격 대신 길고 완만한 침체가 이어지는 양상에 가깝다. 경기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018년 6월 이후 2018년 12월까지 7개월 연속 동반하락한게 대표적이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 이상 연속 동반하락한 것은 모두 심각한 불황기였다. ▲1971년 7월~1972년 2월 제1차 오일쇼크(8개월) ▲1997년 9월~1998년 2월 IMF 외환위기(6개월) ▲2009년 9월~2001년 2월 코스닥 버블 붕괴(6개월) ▲2004년 5월~2004년 10월 카드 대란(6개월) ▲2008년 4월~2008년 8월과 2008년 10월~2009 1월 글로벌 금융위기(각각 5개월, 4개월) 등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는 경기 최저점 직전의 하락기였다. 경기 최저점기에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고, 경기 동행지수만 내려가는 양상이었다.

이 때문에 지표상으로는 현재 경제 여건이 2003~2004년 카드 대란 여파로 오랫동안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시기와 닮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일 쇼크·IMF 외환 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등 강한 외부 충격이나 외부 충격 및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결합된 급격한 붕괴는 아니지만,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당 기간 침체를 야기한 국면 아니냐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것도 2003~2004년 당시와 유사하다. 통계청의 경기순환 판단에 따르면 2002년 12월~2005년 4월의 제8순환기 수축기는 28개월 진행됐는데, 2000년대 이후 경기순환에서 가장 길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계청이 언제 경기하강에 대한 공식 판단을 내릴 지 관심사다. 통계청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이상 하락하는 것을 주요 기준점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경기동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할 경우, 다른 지표들을 함께 살펴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기 시작한 시기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통계청은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6월 중 경기정점을 확정 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정책 성과 홍보’를 위해 거시 경제 여건이 좋다는 메시지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이 합동으로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일 ‘국민이 궁금한 우리경제 팩트체크10’ 자료집 2만부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셀프 팩트체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서 정부는 "주요국 대비 양호한 성장세와 함께, 고용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