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연간 8481만달러(약 953억원)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다만, 우리나라가 요청한 금액(7억1100만달러·약 7600억원)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WTO가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양허 정지(축소하거나 면제한 관세를 재부과하는 것) 수준을 결정하는 중재판정 결과를 회원국에 회람했다고 밝혔다.

WTO 중재 재판부는 미국의 WTO 판정 불이행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한 양허를 정지할 수 있는 상한액을 연간 8481만달러 수준으로 판정했다. 해당 금액은 2017년 기준으로 실제 양허 정지가 이루어지는 시점에는 인플레이션율을 가산할 수 있다.

또, 향후 미국이 문제된 반덤핑 조사기법을 수정하지 않고 세탁기 이외의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그대로 적용할 경우 해당 수출규모, 관세율 등에 따라 추가적으로 양허를 정지할 수 있는 근거도 인정했다.

조선DB

정부는 지난 2016년 9월 WTO 한·미 세탁기 분쟁에서 최종 승소했다. 앞서 지난 2012년 12월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관세(삼성 9.29%·LG 13.02%)와 상계관세(삼성 1.85%)를 물리기로 판정했고, 이에 불복한 한국 정부는 2013년 8월 WTO에 제소했다.

통상 반덤핑 관련 분쟁의 경우 최종 승소 판정이 나온 뒤 1년여의 이행 기간을 두고 이 기간이 지났을 때 다시 분쟁 당사국 간 중재 절차를 거쳐 충분히 이행했는지 판단을 내린다. WTO는 이행 기간을 2017년 12월 26일 이내로 확정하고 미국이 판정에 따라 관세 철회를 이행할 것을 권고했지만,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나라는 미국에 연간 7억1100만달러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양허정지를 WTO에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업계 등과 협의해 WTO 협정에 따른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