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정관변경 추진…KCGI "우리 안과 일맥상통"
감사 놓고 KCGI·한진칼 대결…국민연금 찬성할지 관심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에 경영참여를 선언한 행동주의펀드 강성부 펀드(KCGI)가 국민연금이 내놓은 정관변경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통해 밝힌 정관변경안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선고받을 경우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이번에 국민연금 주도의 정관변경이 의결되고 추후 조 회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조 회장은 자동으로 이사진에서 물러나게 된다.
KCGI 측 관계자는 7일 '국민연금 정관변경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연금 정관변경안은 앞서 우리가 한진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지적하면서 밝힌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면서 "횡령·배임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았는데 임원 선임에 찬성하는 주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 힘 합쳐도 정관변경은 어려울 듯
증권업계 다수 전문가들은 KCGI 측이 국민연금 정관변경안에 찬성한다고 해도 지분구조 상 정관변경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및 출석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 경영진인 조양호 회장 입장에서는 33%만 확보하면 안정권인 셈인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이 28.93%에 달한다. 약 4%의 지분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무산되는 상황이다.
작년 말 한진칼 주주명부 확정을 앞두고 기관 투자자 간 대거 손바뀜이 일어났는데, 업계에서는 이때 들어온 일부 기관이 조 회장 측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KCGI와 국민연금은 각각 한진칼 지분 10.81%, 7.34%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크레디트스위스가 각각 3.81%, 3.92%를 보유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어떤 안건에 찬성할지는 자문 자료를 검토한 뒤 내부 심의를 거쳐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감사 선임 공조 여부…"국민연금이 특정펀드 돕는다" 지적은 부담
이번 주총은 회사 측이 내놓은 안건과 KCGI, 국민연금이 내놓은 안건이 복수로 올라와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진칼은 3월 초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와 함께 주요 안건을 발표할 계획이고, KCGI와 국민연금은 각각 주주제안을 마쳤다. KCGI는 ▲김칠규 이촌회계법인 회계사의 감사 선임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영민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40% 감액(30억원) ▲감사 보수한도 1억원 증액 등을 제안했고, 국민연금은 사내외이사 후보는 내지 않고 정관변경만 제안했다.
최대 쟁점은 한진칼이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감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정관변경이다. 앞서 한진칼은 단기차입금을 기존 1650억원에서 3250억원으로 늘려 자산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높였다.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 되면 감사 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한진칼 입장에서 감사 자리를 KCGI 측에 빼앗기면 경영 참여를 당할 수 있어 감사위원회 구성이란 '맞불'을 놓은 것이다. 감사는 업무 및 재산상태 조사권, 주총 소집권 등이 있다.
감사위원회 구성 또한 정관변경 사안이다. KCGI와 국민연금, 소액주주들이 연합하면 감사위원회 설치는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만약 무산되면 한진칼이 내는 감사 후보와 KCGI 측 김칠규 회계사가 감사 후보로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감사 표결은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KCGI측 승산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국민의 돈으로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특정펀드를 지원한다"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위원장)은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기금이 사회 활동을 하는 곳과 연대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은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돼 있고, 설치하지 못하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해 국민연금이 이를 반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경영 참여에는 선을 그었지만, KCGI가 있어 표 대결로도 얼마든지 행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표 행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