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분양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신규 분양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인근 지역 아파트값과 전셋값을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총 38만9677채다. 지난해(22만5374가구)보다 70% 넘게 늘어난 물량이다. 이중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물량은 23만1997가구다. 새로 분양되는 집 10채 중 6채는 수도권에 속하는 셈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재건축 사업을 포함한 아파트 분양을 대거 앞두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분양 예정 물량 중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렸다. GS건설은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 물량을 포함한 2만4600여가구를 올해 분양한다. 대우건설은 둔촌주공 재건축 물량 등 2만가구, 대림산업은 '파주운정3 A27bl'블록을 비롯한 1만6000여가구를 각각 분양할 계획이다.
지난해 청약시장의 대어로 꼽힌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경우, 평균 청약 경쟁률이 25대 1을 넘겼다.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금액에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로또 아파트'란 별칭으로 불린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신규 입주도 대거 이어질 예정이다. 부동산114 등 집계에 따르면 서울 4만3106가구를 포함, 19만8473가구가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다. 지난해 말 강동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 1만여가구의 입주가 시작되며 강동구와 송파구 등 주변 지역의 아파트 전세 가격이 도미노처럼 하락한 상황이 서울 곳곳에서 재연될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고덕그라시움' 4900여가구,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 1900여가구 등의 입주도 예정돼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신규 입주, 분양 공급이 맞물리면서 아파트 매매는 위축된 상황이다.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현실화 등 다주택자의 세 부담 인상 등 강력한 부동산 시장 규제 여파를 받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값은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최장 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1월 셋째주 한 주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6% 떨어져, 10주 연속으로 내렸다.
서울 동남권 등을 중심으로 전셋값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말(100.1)을 기점으로 하락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가장 최근 집계된 1월 셋째주 기준으로 99.2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조정이 길어지면 매매·전세시장 약세는 물론이고, 청약 열기도 점차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인기 지역 당첨자에 대한 자금 출처 검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금이 넉넉한 무주택 실수요자가 아니면 아파트 청약을 노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 좋고 금융권 대출이 막힌 상태에서 지난해 일부 미분양된 물량과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이 추가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분양시장 역시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분양 가격이 관건이긴 하지만, 실수요자라도 은행권 대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청약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