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거나 갚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면 가격이 상승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에 투자하라는 증권사 리포트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리포트를 쓴 김효진 SK증권(001510)애널리스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증가하던 글로벌 기업 부채가 작년엔 감소했다"면서 "기업 부채 감소는 빚 상환이 아니라 롤오버(roll-over·만기 연장) 난항 때문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올 한해도 리스크 관련 지표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SK증권은 프로셰어즈CDS숏크레디트(WYDE), 디렉시온데일리하이일드베어2X(HYDD) 등 위험 관련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를 최선호투자종목으로 제시했다. 미국 ETF는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016360)등 대형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매수할 수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해 기업부채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만기연장에 동의하지 않아 빚을 상환해야 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이후 기업부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글로벌 기업부채는 178조4841억달러로 전분기대비 2.58% 감소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금융 제외)도 지난해 1분기 244.9%에서 2분기 233.7%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우엔 만기 연장을 하지 못한 디폴트가 큰 폭으로 늘었다.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에만 1572억위안(233억달러) 규모의 채권이 디폴트를 맞았다. 이는 2014~2017년 4년간 디폴트 액수(859억위안)보다도 많은 규모다.

은행이나 회사채 투자자들이 모두 기업을 '의심'하는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것이 SK증권의 판단이다. 성장 둔화에다 장단기 금리 차 축소에 따른 마진 악화 등이 부정적 요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다소 밑돈 것은 여신을 선제적으로 줄인 영향"이라며 "비즈니스 사이클의 후반부에 대출을 늘리는 건 바보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이먼 CEO는 또 '사업가는 때로는 대출을 받는 것보다 골프를 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금은 여신을 줄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크레딧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기업부채를 바라보는 관점이 SK증권과 비슷한 리포트가 많이 나오고 있다. 최윤미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8일 발간한 '글로벌 부채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기업 부채 상환 실패가 금융기관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신용경색이 다시 실물 경제를 망가뜨리는 시스템 리스크가 올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레버리지론과 중국 회사채 만기가 2020년 이후 집중돼 있어 2020년 이후에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작년 말 내놓은 '부채의 역습' 보고서에서 "과거 크레딧 사이클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채의 규모가 워낙 커져 있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마저 급증해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프로셰어즈CDS숏크레디트 ETF 가격 흐름. 이 상품은 지난해 말 미국 증시 급락기 때 상승했다가 최근 반등장이 펼쳐지면서 하락 전환한 상황이다.

김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프로셰어즈CDS숏크레디트 ETF는 북미 하이일드채권에 숏(하락에 베팅)을 치는 상품이다. 또 디렉시온데일리하이일드베어2X는 유동성이 풍부한 5년 이하 만기의 미국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지수에 2배 레버리지로 공매도를 하는 상품이다.

그는 "CDS에 직접 투자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지난 한해 동안에만 800개의 ETF가 새로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채 리스크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이를 헤지할 수 있는 ETF도 충분히 출시될 걸로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부채발 위기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주식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등 글로벌시장을 주도하는 종목들은 돈을 많이 벌고, 부채 또한 많지 않다"면서 "올해는 일등주는 일등주 대로, 리스크 관련 지표는 리스크대로 동반 상승하는 모순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