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위 파운드리(고객사의 반도체 설계도면을 받아 대신 생산해주는 것) 업체인 대만 TSMC의 한 공장에서 10만장 규모의 웨이퍼(반도체의 원료인 둥근 원판) 불량이 발생해 수천억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2·16나노미터(nm)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해 온 문제의 공장은 중국 화웨이, 미국 엔비디아, AMD, 대만 미디어텍 등 주요 고객사로부터 수주한 반도체 칩 물량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 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규격을 벗어난 화학물질이 납품돼 제조 공정에 쓰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반도체 수율(완제품 비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문제 원인을 조사하고 고객에게 연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신들은 불량 사고 원인으로 웨이퍼 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액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감광액은 반도체를 제조할 때 필름 현상 공정 등에 쓰이는 액체다.

화학물질에 의한 웨이퍼 불량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이 공장이 지난해 8월 생산설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악성코드에 감염돼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었던 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같은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관리 소홀'로 비칠 수 있다"면서 "모바일을 제외한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강자인 AMD가 추후 공정(5나노)에서 삼성전자를 대안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TSMC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7나노 공정에 진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장조사업체 추정치를 근거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부문에서 매출 100억달러로 시장 점유율 10%로 치고 올라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시장은 TSMC가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독식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당장 반사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10만장 수준의 분량이면 적은 규모는 아니나 TSMC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감광액 문제일 경우 고객사들이 당장 삼성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 반도체 부문 애널리스트도 "문제가 발생한 공장이 최신 공정이 아니었던 점에서 TSMC 경쟁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TSMC는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고급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면서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TSMC 측은 "이번 사고가 1분기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