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社名)은 회사의 정체성과 주력 사업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기업들은 이미지 제고 등의 목적으로 사명을 바꾼다. 사명 변경만 봐도 인수합병(M&A)이나 사업 확장 등 회사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대우‧포스코켐텍, 갑을상사그룹, STX, NHN엔터 등이 올해 상호변경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을 최종 결정한다. 갑을상사그룹은 올 1월부터 KBI그룹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STX는 최근 계열사를 늘리면서 'STX'라는 사명을 붙이고 있다. NHN엔터도 올 4월부터 '엔터'를 떼고 NHN이라는 사명을 정식 사용하기로 했다.
사명 변경에는 수백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사명 변경을 추진한 ING생명은 오렌지라이프로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리브랜드비용으로 215억원을 썼다. 쌍용차도 CI(Corporate Identity) 교체를 추진했지만,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변경 작업을 중단했다.
사명을 정하거나 바뀐 사명에 따른 CI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는데도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를 사무용품부터 간판까지 바꿔 적용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특히 종합상사‧해운‧물류 등 해외 법인이나 지점이 많은 기업일수록 각국마다 상호 등록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해외 진출이 활발한 기업일수록 사명 변경에 신중한 이유다.
기업들이 기존 인지도를 포기하면서 사명을 바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M&A 등으로 소속이 바뀌었거나 계열사간 합병·분리가 이뤄지는 경우다.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거나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기도 한다. 사건·사고 등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바꾸는 경우도 있다.
포스코켐텍은 M&A와 동시에 사업 확장을 위해 사명을 바꾼 사례에 해당한다. 포스코켐텍은 양극재 사업을 하는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사명은 포스코케미칼이 유력하다. 케미칼(chemical)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인 켐텍에서 IT 색채를 빼고 화학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포스코대우는 이름을 바꾼지 얼마되지 않아 또 다시 사명을 바꾸는 이례적인 경우다. 포스코대우는 2010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도 한동안 대우인터내셔널이라는 사명을 유지하다 2016년 3월 포스코대우로 이름을 바꿨다. 종합상사라는 업종상 '대우'라는 이름이 가진 글로벌 인지도를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포스코에 편입된 지 10년이 된 만큼 그룹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껴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사명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룹사를 표시하는 '포스코'와 종합상사라는 업종을 나타내는 '인터내셔널'을 합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유력하다.
갑을상사그룹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명 변경을 추진했다. 전선 등 동소재사업과 자동차부품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갑을상사그룹은 1987년부터 '갑을상사그룹'이라는 사명과 CI를 써왔지만, 공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영문 약자 'KBI'로 그룹명을 바꿨다. KBI그룹 관계자는 "영어권 국가에서 친숙한 영문명인 만큼 성공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용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STX는 최근 엔터테인먼트회사 라이언하트에 지분을 투자, 사명을 STX라이언하트로 바꿨다. GN바이오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STX바이오로 새로운 사명을 정했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STX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NHN엔터는 사명에서 엔터를 떼고 종합 IT업체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사명 변경은 단기 주가 부양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기업 경영성과와는 관련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7년 발간된 POSRI경영연구에 실린 '상장기업의 상호변경과 주식가치와의 관련성' 보고서에 따르면 "상호변경은 단기적인 기업의 경영성과와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며 "기업이 투입한 상호변경 비용이 단기적으로 보전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