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1명인 3급 이상 직원, 약 150명 줄여야
승진 기회 박탈에 불만…"퇴로 열어달라"

기획재정부가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금감원 내부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돼도 문제지만, 안 돼도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려면 3급 이상 직원을 현재 851명(43%)에서 700여명(35%)으로 150명가량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다음달 설 연휴가 끝나면 조직을 개편해 팀장직 290여개 중 15개 자리를 없앨 예정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가뜩이나 인사 적체가 심각한데 승진 기회까지 박탈당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보통 3급부터 팀장 직책을 달지만, 현재 1~2급 직원 중에서 팀원으로 실무 업무를 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위 직급을 줄이라는 것은 결국 하위 직급은 승진을 시키지 말라는 얘기"라며 "20년 넘게 승진 없이 실무만 하고, 50대에 겨우 팀장을 다는 조직을 그 누가 좋아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30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금감원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 카드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 인력을 충원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며 몸집이 커졌다. 금감원은 고연봉에 금융권 재취업도 쉽지 않아 스스로 퇴직하는 사람이 적다. 이때문에 고참급 직원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갖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정부 지시를 따르다 인사 적체가 발생했는데, 이를 금감원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가 명예퇴직 등 '퇴로'를 열어주지 않는다는 점도 금감원 직원들의 불만을 부채질하고 있다. 금감원 등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공무원 제도를 준용해 만든 공공기관 명예퇴직제도가 있지만 사문화된 상태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5년간 받을 돈의 최대 절반 정도만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민간 시중은행의 경우 3년치 월급에 특별 위로금 등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연봉이 높은 금감원 등 금융공공기관 직원 입장에선 명예퇴직을 선택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명예퇴직 제도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고, 퇴직을 한다 해도 취업 제한 규정이 엄격해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상위 직급이 많다고 계속 지적하는데, 금감원이 상위 직급을 많이 두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퇴직을 할 수 없으니 계속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2011년 관련 업종 취업 제한 대상을 2급 이상 임직원에서 4급 이상 임직원으로 강화하고, 취업 제한 기간도 퇴직일로부터 2년에서 3년으로 강화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금융 공공기관 직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고 희망퇴직을 하면 10명이 퇴직할 때 7명의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비금융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