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사업 목록을 놓고 지역별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정치인과 연관된 지역의 사업이 다수 선정된 반면, 그외 지역은 선정된 사업이 거의 없거나 선정되더라도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191.1㎞ 길이의 김천~거제 남북내륙철도는 경남도가 신청했던 사업 규모(5조3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4조7000억원이 반영돼 전체 예타 면제 사업 중 액수가 가장 크다. 전체 24조1000억원의 19%에 달한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역점으로 추진해 온 사업으로, 지난달 문 대통령이 경남 창원을 방문해 사업 추진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충청권에서 예타 면제로 선정된 사업은 상당수가 청주와 맞닿은 사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청주국제공항에서 제천까지 고속화 철도망 88㎞를 구축하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은 충북도의 요청대로 1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그대로 반영됐다. 세종특별자치시와 충북 청주를 잇는 세종~청주 고속도로(8000억원)도 예타 면제 대상에 올랐다. 청주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지역구가 있는 지역이다.

이외에도 울산이 요청한 울산외곽순환도로(1조원)나 산재전문병원 건립 사업(2000억원)도 큰 변동 없이 면제 사업으로 꼽혔다. 역시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자체장으로 있는 지역이다.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사업 목록.

반면 신청한 사업 상당수가 반영되지 못한 지자체도 있었다. 경북은 예타 면제를 신청한 사업이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4조원 규모로 신청한 포항~동해 복선전철화 사업은 4000억원짜리 단선전철화로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경북이 1순위로 신청한 7조원 규모의 동해안고속도로(포항~영덕~울진~삼척)는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정부가 예타 면제 대상은 물론, 예타를 실시할 수 있도록 추진 가능성을 열어둔 사업 목록에서도 빠졌기 때문이다.

광주 역시 인공지능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조성 사업(1조원)과 광통신산업 맞춤형 제조혁신 플랫폼 구축 사업(80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의 사업을 신청했지만, 과학단지 사업만 사업비(4000억원)가 절반 이상 축소된 채 받아들여졌다. 제주의 경우에도 신항만 개발사업(2조8000억원)은 반영되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도 경기도 수원 등지에서 요청한 신분당선 수원 광교~호매실 연장 등이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이와 관련해 "지역안배와 관련해선 의도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지역별로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두 개 이상 시도가 이어진 기간망을 우선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