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 네명이 자신의 메이크업 도구를 자랑한다. 3단 메이크업 박스가 열리면, 첫번째 칸부터 3종류의 립제품과 12색 아이섀도우가 등장한다. 다른 메이크업 박스에는 립스틱과 아이섀도우 화장품만 32개. 매니큐어와 볼터치까지 들었다. 한 초등학생은 "너무 많이 써서 더러워졌다"며 부끄러운 듯 아이섀도우를 가렸다.

또 다른 유튜브 영상은 초등학교 여학생 두명의 화장 대결이다. 동영상 화면 속 썬팩트와 볼터치를 문지르는 손이 클로즈업된다. 립스틱을 바르는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서로 "너 볼터치가 예쁘다", "완전 블링블링하다"는 칭찬도 빼먹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올라온 이 영상에는 얼굴과 화장을 평가하는 댓글만 2400여개. 조회수는 44만회를 기록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어린이 화장관련 영상.

29일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유아용 썬쿠션·썬팩트 매출은 전년보다 279% 늘었다. 유아 메이크업 용품 매출도 2배 가까이(83%) 증가했다.

11번가도 비슷하다. 11번가에서 지난해 어린이 화장품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338% 증가했다. 어린이 화장품은 2016년 1월 12종만 판매됐으나, 지난해 말 판매 등록된 상품(350개) 중 117종이 활발하게 판매됐다. 11번가 관계자는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소형 브랜드의 수입·판매가 늘었다"며 "올해는 쁘띠엘린, 보령 등이 진출해 ‘프리미엄급’ 어린이 화장품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어린이용 화장품의 인기는 유튜브가 이끌고 있다. 유튜브에선 어린이 혼자서 팩트를 들고 얼굴은 하얗게 칠하거나, 눈두덩이와 볼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초통령(초등학생 대통령)으로 불리는 ‘헤이지니’는 어린이 화장품을 다룬 영상만 10개 넘게 올렸다. 구독자만 155만명인 헤이지니답게 조회수는 20만에서 100만을 넘어가기도 한다. 지난해 7월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어린이 화장품까지 내놨다.

실생활에서도 어린이용 화장품 구매가 어렵지 않아 부모들은 골머리를 앓기도한다. 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는 어린이 화장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개장 직후부터 어린이용 화장품 매장을 마련했다. 붙이는 매니큐어와 색깔 있는 립밤 등을 판매한다.

캐리키즈카페에서 키즈 뷰티살롱을 체험한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어린이들은 네일아트와 화장을 받은 상태다.

키즈카페 등에서 화장을 접할 기회도 많다. 여의도 IFC 내에 있는 캐리카페에는 ‘캐리뷰티’가 성황이다. 얼굴에는 팩을 하면서 손가락에는 네일을 받은 뒤, 썬팩트와 립스틱, 볼터치를 하는게 하나의 코스다. 주말에는 대기를 해야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아이 전용 뷰티 스파 ‘슈슈앤쎄씨’가 마련돼있다. 얼굴 마사지는 물론 손톱 관리까지 해준다.

상황이 이렇자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외모 경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린이집 교사를 하고 있는 김현성(30)씨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데다 어린 나이부터 외모에 집착하게 되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5~7살이 ‘입술을 발라야 화장이 완성된다’, ‘예뻐지려면 꾸며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어린이 화장품에 대한 안전문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네살배기 딸을 키우는 강지민(36)씨는 "유해성이 없다고는 써 있지만 마냥 믿기 어려워 걱정이 크다"며 "가능한 어린이 화장 영상부터 안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유·아동 화장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하게 적용한다"며 "어릴 때부터 유해성분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외모에 집착하는 등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현진 영남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의 모방은 자연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에 너무 억압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도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