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그래픽카드 'RTX' 시리즈는 영화와 게임의 간격을 없애줄 '레이트레이싱(Ray-Tracing)'을 표준화시킬 겁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김승규(47) 엔비디아(NVIDIA)코리아 컨슈머사업부문 대표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엔비디아는 1993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의 그래픽카드(GPU) 업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신제품인 'RTX2000' 시리즈를 내놓으며 기존 'GTX'로 시작하던 제품명을 'RTX'로 바꿨다. 김 대표는 "RTX의 R은 레이트레이싱을 의미한다"며 "제품 이름 가장 앞에 강조할 정도로 중요한 '변곡점'이란 뜻"이라고 했다.

레이트레이싱은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반사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해 현실적인 반사광을 표현한다. RTX2000 시리즈에는 레이트레이싱을 위한 RT코어와, AI 프로세싱을 관장하는 텐서 코어(Tensor Core)가 담겼다. 텐서 코어는 게임 화면을 딥러닝으로 학습한 자료를 소프트웨어로 내려받아, 개선된 화면을 출력하는 '딥 러닝 수퍼 샘플링(DLSS)'을 돕는다. 모두 이전의 그래픽카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기능과 부품이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김승규(47) 엔비디아(NVIDIA)코리아 컨슈머사업부문 대표는 기존 그래픽카드보다 더 현실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레이트레이싱' 기술이 적용된 새 그래픽카드 RTX2000 시리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RTX2000 시리즈는 레이트레이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어떤 기술인가.

"'본다'는 개념은 빛이 사물에 비쳐, 반사돼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레이트레이싱은 우리 눈이 인식하는 방식을 역추적해 모사해, 보다 현실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후처리를 통해서만 가능했지만 RTX는 이를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그래서 '영화와 게임의 경계를 허문다'고 표현했다."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레이트레이싱을 '실체'로써 받아들이지 않는 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콘텐츠가 레이트레이싱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지만, 속속 적용되면 구매를 후회하지 않게 될거다. 그래픽카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현실과 같은 게이밍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술은 방향이 맞다면 지속된다고 믿는다. 엔비디아는 과거 다이렉트엑스(DirectX)11 지원 카드를 최초로 내놨다. 당시 왜 이런 기능을 적용해 비싸게 파느냐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곧 표준기술이 됐다. 새로운 기술이 보편화되기 위해선 하드웨어가 선행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판은 시장을 선도하는 하드웨어 업체의 운명이다."

엔비디아 코리아는 이날 새 그래픽카드 RTX2060를 언론에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성능을 30~80사이의 뒷자리 숫자로 구분한다. '60'은 그 세대에서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메인스트림'제품으로, 전체 판매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엔비디아는 RTX 2060의 게임 성능이 지난 세대의 GTX 1060보다 60% 가량 좋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15일 판매를 시작한 RTX2060의 소비자 가격은 40만원대 중반에 형성돼 있다. 전작인 GTX1060의 출시 초기 가격이 30만원 내외였다. 가격이 오른 데다 기존 출시한 RTX2080·2070 제품의 불량 문제도 제기되는 것도 엔비디아에겐 악재이다.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높다는 지적이 있다. 글로벌 출시 가격은 349달러(약 39만원)인데.

"가격대가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파트너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는 풀고 싶다. 349달러는 '기준가'다. 환율이 1100원대이고, 한국에 들어올 때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붙는다. 유통마진을 생각하면 40만원대 초중반은 정상적인 가격이다. 가격이란 소비자가 그정도를 지불할 가치가 있느냐는 문제다. 신기능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에 집중하고 싶다. 판매 시작 이후 반응은 굉장히 좋다."

―불량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 당시 채굴에 사용했던 그래픽카드가 중고 시장에 풀리며 A/S부담도 커질듯 한데.

"초기 출고 제품 불량률이 높았다. 검수 기준을 강화해 현재 출고 제품은 불량률이 많이 낮아졌다. 채굴 열풍이 사그라지며 제조사들의 중고 그래픽카드 A/S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RTX 등 새로운 제품군을 빠르게 공급해, 생태계를 변화시켜 A/S와 소비자 불안을 개선하겠다."

레이트레이싱을 적용한 화면(위)과 레이트레이싱을 적용하지 않은 화면(아래). 아래 화면은 빛의 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경쟁사 AMD와 세계 그래픽카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AMD의 점유율은 8대 2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엔비디아가 90% 이상 점유율로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엔비디아 제품을 선호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 게이머는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하다. 엔비디아 제품은 경쟁사보다 드라이버 등 소프트웨어 지원이 뛰어나 신제품·신작 게임의 호환성 문제가 적다. PC방 문화도 높은 점유율의 배경이다. 현재 PC방 구매가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의 20~35% 가량을 점유한다고 추산한다. 호환성 문제는 PC방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PC방 절대다수가 엔비디아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엔비디아에게 한국 시장이 가지는 의미도 크겠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시장이다. 아시아에서 단위시장으로 중국을 제외하곤 가장 크고, 인구대비로는 중국보다도 매출이 높다. 한국지사 직원도 개발인력을 포함해 100여명에 이른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PC방과 e스포츠가 생기고 문화로 자리잡은 나라다. PC를 게임의 '플랫폼'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국가라는 의미다. 이런 문화가 한국 게이머의 특질을 만드는 거 같다. 문화적 접근도 시도하고 있다. 엔비디아 공식 인증 PC방이 전국에 100여개 있다. 고사양 게이밍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건전한 게이밍 에티켓을 홍보하는 게 목표다. PC방엔 청소년 게이머들이 많다. 게임이 건전한 문화가 돼야 한다. 내 자녀가 PC방에 갈 때, 흔쾌히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