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는 60대 전직(前職) 사업가 A씨는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 있는 약 9억8000만엔(약 100억원) 상당의 업무용 빌딩을 사들였다. 자기 돈 40억원에다 우리은행의 도쿄 지점에서 2% 미만의 금리로 5억8810만엔(60억원)을 대출받아 매입했다. 건물 관리를 현지 임대관리업체에 맡긴 그는 세금과 이자를 빼고서도 약 2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 수익률이 5% 정도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남 빌딩은 공실이 많고 수익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 감안하면 도쿄 꼬마빌딩은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라며 "최근 해외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 금액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작게는 수백만~수천만원의 자금으로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에 뛰어드는 간접 투자도 크게 늘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과 국내 법인의 투자용 해외 부동산 취득액(송금액 기준)은 총 4억4510만달러(약 4990억원)였다. 전년(3억630만달러)보다 투자액이 47% 증가했고, 5년 전(2013년·1억1530만달러)에 비해서는 3.8배로 늘어났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전면 자유화한 2008년 이후부터는 외국환 은행에 거주용·투자용 등의 목적을 밝히고 신고를 하면 금액에 제한 없이 투자가 가능하다.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액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펀드(공·사모 포함)에 투자된 순자산 총액은 2014년 8조9049억원에서 지난해 40조6798억원으로 4.5배가량 규모가 커졌다.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액은 2017년부터 국내 부동산 펀드 투자 규모를 뛰어넘었다.

선진국 '임대용 우량자산', 동남아 신흥국 향후 시세차익 기대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직접 투자가 가장 집중됐던 국가는 미국(2억5520만달러)이었다. 이후 베트남(5610만달러), 캐나다(1690만달러), 태국(1550만달러), 일본(1580만달러) 등의 순으로 투자가 활발했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탔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대도시의 부동산은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우량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뉴욕 맨해튼 10억원 초반대 소형 아파트가, 상가 등 상업용 건물은 30억~100억원가량의 투자가 활발하다. 대출 없이 자기 자금으로 투자할 경우 예상 수익률은 4~5% 정도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데다 초저금리에 따른 지렛대 효과가 부각되면서 자산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부동산은 향후 매도 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큰 곳으로 꼽힌다. 베트남에서는 2015년 이후 외국인 주택 투자가 허용되면서 3억원가량의 현지 콘도미니엄(아파트)을 매입하는 국내인들이 많다고 한다.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면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두고 10년 이상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인기 많아

높은 수익률을 앞세운 해외 부동산 펀드는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 1~2년 새 출시된 해외 부동산 펀드의 기대수익률은 연 7% 안팎이고, 미국·일본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의 경우 지난 1년간 수익률이 10%를 넘나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7년 7월 출시한 미국 애틀랜타 오피스 빌딩 투자 펀드 '미래에셋맵스부동산펀드11호'는 지난해 수익률이 24%를 넘으면서 최고 수익률을 거뒀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해 9월 내놓은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04호'는 출시 3일 만에 목표 금액인 566억원어치를 모두 채우며 완판했다. 이 상품은 세계적 식품기업 네슬레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본사 사옥 지분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6개월마다 배당받는 구조다.

"수익률 직결 환율, 세금 등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는 정보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더욱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뢰할 만한 중개업체 등 전문가를 찾는 것이 우선이고, 수익률과 직결되는 환율, 세금 문제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베트남 외국인용 아파트의 경우 공급이 쏟아지며 공실이 늘고 있고 가격도 급등해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선 키웨스트자산운용 대표는 "미·중 무역 전쟁,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최근 세계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도 전보다 위축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경기 불황 시 선진국보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포트폴리오 다양화 측면에서 선진국 중심지역 부동산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의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