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떨어지고 있지만, 인근 수도권 알짜 지역들의 아파트 값은 비교적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수요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하락했고, 판교는 보합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4구'로 꼽히는 송파구와 강동구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0.65%, 0.16% 떨어졌다.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값도 각각 0.13%, 0.07% 내렸다.
실거래 현황을 보면 강남의 아파트 하락 폭은 조금 더 커보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84.43㎡ 2층은 지난해 12월에서 9월까지 3개월간 1억8000만원 하락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는 지난해 9월 27억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24억원대 안팎의 매물도 나오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송파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거래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에 강남권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권 신도시'라고 불리는 분당과 판교의 실거래가 하락폭은 적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분당구 분당더샵스타파크 전용면적 116㎡는 지난해 8월 27층이 11억에 팔렸는데 4개월 뒤인 12월에는 28층이 10억3000만원에 거래돼 7000만원 정도 내렸다.
지난해 9월 10억9700만원에 거래된 삼평동 봇들마을 1단지(판교신미주) 전용면적 83㎡는 3개월 뒤인 12월 10억8000만원에 매매돼 1700만원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분당과 판교의 하락 폭이 강남보다 작은 이유로 투자수요가 적다는 점을 꼽는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투자수요가 많이 들어가며 집값 상승기에는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정부 규제의 여파로 하락기에 들어선 현재 하락 폭도 더 크다는 것. 반면 실거주 수요가 많은 분당과 판교는 하락 압력을 적게 받고 있다는 논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인 건 정부정책에 민감한 지역인 데다 투자 상품이라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면서 "아무래도 실수요자가 몰려있는 신도시에는 정부 정책의 전이 속도가 느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