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희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를 따로 도입한 적이 없습니다.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독립적 의사결정 구조를 출범할 때부터 제대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김수이(사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뒤 조선비즈 기자와 만나 "CPPIB는 정부와 무관한 민간회사처럼 운영된다"며 "최고 수익률 추구라는 목표에 필요한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므로 굳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CPPIB는 캐나다공적연금(CPP)을 운용하는 조직이다. 한국으로 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같은 곳이다. CPP 기금 규모는 3800억달러(약 429조원)로 국민연금(637조원)보다 작지만, 수익률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8%씩 냈다. 글로벌 연기금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전세계 큰손들이 CPPIB의 투자처를 늘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CPPIB는 김 대표가 총괄하는 아태지역에는 약 80조원을 투자했다. 이중 5조원은 한국 자본시장에 들어가 있다.

이날 강연에서 김 대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그에 따른 기업 옥죄기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그는 "CPPIB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구축 경험이 다른 연기금에 모범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 구조를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김 대표는 "캐나다 정부가 1997년 연금 개혁을 실시했는데, 수년간의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쳐 정부·정치로부터 완벽히 분리된 CPPIB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며 "모든 운용 전문가는 최고경영자(CEO) 직권으로 채용하고 CEO도 독립된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말했다.

11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 역시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가만 합류 자격을 얻는다. 김 대표는 "현재 대부분의 이사회 멤버가 캐나다중앙은행, JP모건 등 전문 투자은행 출신"이라며 "금융투자를 모르는 이가 이사회에 들어오는 일은 없다"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와 시민단체, 재계, 노동조합 사람들로 채워진 것과는 대비된다.

김 대표는 CPPIB의 고수익률 비결로 유능한 인재 영입을 꼽기도 했다. 그는 "시장 수준에 맞먹는 보수를 주면서 고급 인재를 적극 유치한다"고 소개했다. 이 역시 2017년 전주 이전 후 기금운용직의 잇단 퇴사에 몸살을 앓고 있는 국민연금과 온도차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