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금감원 3급이상 비율 35% 감축 기준 제시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3급이상 간부직원 비율 감축'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가 오는 30일 예정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회의 안건으로 올린 가운데, 금감원의 3급 이상 간부 직원 비율을 35%로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전제로 공공기관 지정을 보류하는 절충안이 부각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이) 3급 이상 직원을 35% 수준으로 낮추기로 해 (지난해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면서 "그런 정도까지는 의지를 보여야 국민적 공감대·수용도가 높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어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의 정책적 판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들의 판단, 국민 정서와 공감대 등 3가지를 고려해 (공공기관 지정여부를)판단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4가지 지정 유보 조건을 줬는데 이행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유동수 의원, 홍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기재부는 지난해 1월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위원장 경제부총리)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자율성·독립성이 위축될 수 있다'며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근절 대책,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강화, 금융위를 통한 경영평가, (간부직원 축소에 대한)감사원 지적사항 개선 등을 약속하며 공공기관 지정을 피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간부직원 비율을 30%까지 줄여야 한다'는 감사원 지적사항이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 인원(1980명) 중 3급 이상 인원은 43%(851명)다. 감사원 지적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3급이상 직원을 257명 줄여야 한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에 금감원은 간부직원 비율을 향후 5년 이내 35%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대안을 금융위를 통해 기재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금감원이 지난해 말 금융위에 약속한 '10년 안에 35%로 축소'하는 안에 비해 이행 기간을 5년 단축한 것이지만 감사원이 지적한 공공기관 평균 수준인 30%에는 못 미친다.

금융권에서는 홍 부총리가 금감원이 제시한 '5년 안에 3급 이상 35% 감축' 방안에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홍 부총리가 감사원이 요구한 30%가 아니라 금감원이 제시한 35%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3급 이상을 35% 이내로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정원 기준으로 약 160명 가량 간부를 정리해야 한다. 감사원 기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느슨한 기준이지만, 35% 수준으로 감축하더라도 금감원이 방만한 조직을 구조조정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기재부 내부 시각이다.

이에 대해 윤석헌 금감원장도 노력해보겠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윤 원장은 이날 서울 양천구 소재 신영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위직급을 5년 이내에 35%까지 줄이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그 방안을 실무진에서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 쉽지 않겠지만 필요한 조건이라면 최선을 다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종시 관가에서는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의 3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었던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문제가 금감원의 자체 구조조정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게 됐지만, 기재부는 임금수준이 높은 금감원의 방만한 조직운영을 정리하게 됐다는 명분을 얻고,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