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강력한 공기 청정 기능, 거주자의 목소리까지 구분하는 똑똑한 인공지능, 하루 8시간을 틀어도 전기료 600원이면 충분한 절전 기능….

올해 에어컨 신제품의 주요 트렌드다. 최근 2년 연속 유례없는 폭염(暴炎)으로 국내 에어컨 시장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캐리어에어컨·대유위니아 등 4개 업체가 이달 일제히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2010년 이후 연간 200만대 수준에 머물렀으나 지난 2년간 기록적인 더위에 판매량이 약 240만대로 치솟았다. 가전 업계에서는 올해도 꾸준한 교체 수요에 힘입어 24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냉방은 기본… 공기 청정·인공지능 강화

올해 에어컨 시장의 트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냉방보다 공기 청정 기능의 강화다. 미세 먼지가 사계절 내내 기승을 부리면서 거실의 터줏대감인 에어컨도 공기 청정이 주요 기능으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공기 청정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스탠드형) 모델을 작년 11종에서 올해 31종으로, LG전자는 15종에서 24종으로 늘렸다. 캐리어의 신모델은 일본 파나소닉의 제균(除菌) 특허 기술을 접목한 청정 바람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웠고, 위니아에어컨도 미세 먼지·세균 제거 성능을 강화한 필터를 탑재해 한국공기청정협회의 인증을 받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대표 냉방 가전이었던 에어컨이 이제 사계절 내내 공기를 쾌적하게 관리하는 기기로 역할이 확장된 것"이라고 했다.

각 사가 2~3년 전부터 탑재하기 시작한 인공지능도 한층 똑똑해졌다. 삼성 무풍에어컨은 가족 구성원의 스마트폰 위치를 인식해 집에 누가 들어왔는지 파악하고 맞춤형 냉방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부부만 있던 집에 중학생 자녀가 들어오면 평소 이들이 선호했던 냉방 수준을 기억해 설정 온도를 24도로 낮추고 바람 세기를 강(强)으로 키워준다.

LG 인공지능은 기존에 사용자의 음성 명령에 수동적으로 반응했던 수준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기능을 작동시키고 음성으로 결과를 알려주는 능동형으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실내가 빨리 시원해지지 않으면 '쾌속운전으로 전환합니다'라고 말하고 자동으로 코스를 바꾼다. 벽걸이형 에어컨에도 인공지능을 처음으로 탑재했다. 잠결에 리모컨을 더듬거리며 찾을 필요 없이 '하이 엘지, 에어컨 켜줘' 한마디면 자동으로 운전을 시작한다. 캐리어와 위니아 에어컨은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혹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날씨·주식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외부에서도 에어컨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다.

◇바람은 자연스럽게, 전기료는 더 낮게

기본 기능인 냉방은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삼성은 바람문(門)을 제품 내부로 숨기고 27만개의 미세한 구멍에서 강력한 냉기가 쏟아져 나오는 방식을 택했다. 위니아에어컨도 사용자가 직접 차가운 바람을 맞지 않도록 원형의 바람틀이 돌면서 측면으로 바람이 나오는 '둘레바람' 기능을 적용했다.

올해 에어컨 업체들은 일제히 실외기 한 대에 에어컨을 세 대까지 연결하는 '스리인원(3-in-1)'을 주요 기능으로 들고 나왔다. 기존에는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에어컨을 한 대씩 연결할 수 있었지만 최근 기록적인 폭염 이후 소비자들이 방마다 에어컨을 놓기 시작하면서 연결 기기를 한 대 더 늘린 것이다.

전기료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교체 심리를 자극하는 절전 기능도 한층 강화했다. 삼성 신제품의 무풍(無風) 모드는 일반 냉방 대비 최대 90%까지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고, LG 신제품은 기존 에어컨보다 에너지 효율을 30% 높였다.

한편 삼성전자·LG전자·대유위니아 등 가전업체는 다음 달 설 명절을 앞두고 전국 유통점·백화점에서 TV·냉장고 등 주요 제품을 일제히 할인 판매한다. 다음 달 말까지 삼성은 55인치 UHD(초고화질) TV를 99만원에, LG는 65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최저 399만원에 판매한다. 대유위니아·대우전자도 다음 달 11일까지 냉장고·김치냉장고 구매 고객에게 밥솥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