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간부회의에서 "가시적 성과 도출" 촉구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순차적인 국·실장급 인사를 단행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성과주의 채찍’을 빼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번 보직을 주면 1년 동안은 임기를 보장해주는 공직사회의 인사 관행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내며 조직 전체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22일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필요하다면 6개월 후에 업무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6개월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리를 비워야 하는 간부가 생길 수 있다"는 말도 기재부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회의참석자들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새로 보직을 받은 국장들을 포함해 간부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각오로 분발해달라’, ‘맡은 업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긴장감을 높일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면서 기재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가 오는 6월 이후 보직 국·과장들에게 재신임에 가까운 업무평가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실장 인사로 새로 보직을 맡은 간부들이 많은 상황에서 ‘업무평가’를 이야기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에서 보직 국·과장으로 임명되면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1년 가량 보직 기간을 보장하는 게 인사 관례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이런 인사 관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반응이다. 관료사회의 안정성보다는 성과주의에 입각한 조직운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홍 부총리의 의지가 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새로운 진용 구축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6개월 후 재평가’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엄격한 신상필벌로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면서 "가시적인 업무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일부 간부들은 보직이 교체되는 등 인사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가 ‘성과주의의 입각한 업무평가’를 강조한 이유를 ‘경제정책에 대한 성과가 부족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에서 찾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7일 취임 후 처음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내년(2019년)에는 우리 정부의 경제성과를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그러려면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경제환경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긴장감을 갖고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게 홍 부총리의 문제인식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다음주 쯤으로 예정된 과장급 인사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존처럼 고시 기수 등 인사서열에 의존한 인사보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형성하는 것에 인사기조가 맞춰질 것이라는 얘기다.

고시 기수가 늦더라도 업무 평가가 좋은 과장들이 요직에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세대교체성 물갈이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현재 행정고시 38~40회인 각 국실의 총괄과장들이 행시 40회 이후로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성과도출을 위한 유기적이고 탄력적인 조직운영을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지금보다는 젊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내부에 많이 제기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