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종일 등락을 거듭하다가 강보합권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장중 순매도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고, 기관도 이틀째 '사자' 기조를 유지한 덕을 봤다. 그러나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의 상승 의지를 억눌렀다. 전문가들은 주요 정보기술(IT) 업종 실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를 이번주 한국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칠 만한 이벤트로 제시했다.
◇대형주 약세에 상승폭 제한
21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02%(0.33포인트) 오른 2124.61에 장을 마쳤다. 닷새 연속 상승이다. 개인은 1380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차익실현에 나섰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67억원, 624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0.10%(0.72포인트) 떨어진 695.62에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1676억원 순매수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142억원, 1454억원 순매도했다.
출발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무난했다. 오전에 발표된 중국의 실물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아시아 증시의 투자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주말 중국 정부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제안했다는 소식에 뉴욕 증시가 강세를 보인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그러나 앞서 8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이 장중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코스피지수를 보합권으로 끌고 내려갔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흥국 주식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 과정에서 한국 유입 강도가 가장 강했다"며 "오늘은 주요 아시아 증시 대비 한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약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 대부분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데, 대형주를 중심으로 약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시총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상승세를 기록한 건 6개에 불과했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LG화학(051910), POSCO, 삼성에스디에스(018260), 삼성SDI(006400)만 투자자를 기쁘게 했다.
외국인 수급은 장중 다시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우려 완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중국 경기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전했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철강금속, 전기전자, 종이목재, 화학, 제조, 섬유의복, 기계, 유통 등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통신, 서비스, 의약품, 건설, 운송장비, 금융, 음식료품 등은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IT 실적·브렉시트 대체안 주목
전문가들은 이번주에 국내외 주요 IT 기업의 실적 발표가 대기 중인 만큼 이들 기업의 성적표가 한국 증시 움직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22일 IBM, 23일 ASML·텍사스인스트루먼트·램리서치, 24일 인텔 등의 실적이 공개된다.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24일로 예정돼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IT 업종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어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많은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주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체안을 21일 제출할 예정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서 연구원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여전히 노딜 브렉시트(양측의 관계 설정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노동당과의 마찰을 지속하고 있다"며 "오늘 발표되는 대체안의 내용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