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들이 ‘먹고 마시는’ 업종 투자를 꺼리고 있다. 경기 불황과 내수부진 등으로 제조업을 비롯한 대다수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식음료업종은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어 PEF의 인기 투자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바뀌었다. 외식보다 홈파티가 주류로 자리잡는 등 트렌드가 급변하고 최저임금·임대료 상승으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맹점 힘이 세지면서 협의회가 속속 구성되고 있는 것도 리스크다.

PEF가 매각을 진행 중인 외식 브랜드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식음료·외식 업체는 10여개가 넘는다. 공차·할리스커피·커피빈·카페마마스·놀부·헬스밸런스 등이 대표적이다.

유니슨캐피탈이 2014년 약 340억원에 인수한 버블티 브랜드 공차코리아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정하고 지분 100% 매각을 추진 중이다.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2013년 인수한 할리스에프앤비도 투자자들과 매각을 타진 중이다.

하지만 가격이 맞는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할리스는 IMM PE에 인수된 후 실적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가맹점이 많고 커피 시장이 포화됐다는 전망이 매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2012년 인수한 헬스밸런스(천지양, 엘빈즈, 베베쿡)도 지난해 매각을 추진하다 잠정 보류됐다.

2011년 부대찌개·보쌈 체인점인 놀부를 인수한 모건스탠리PE는 8년이 다 되도록 출구전략(Exit)에 실패했다. 통상 펀드 만기는 3~5년이다. 이 회사는 2014~2016년만 해도 45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7년에는 32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미처리결손금(처리되지 않은 자본 감소액)은 231억원으로 늘었다.

이와관련 모건스탠리PE 관계자는 "다른 펀드들에 비해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가고 있어 10년 전후로 보유할 계획"이라며 "놀부를 당장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미래에셋PE가 2013년 인수한 커피빈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래에셋은 중국 커피 시장을 겨냥해 미국 사모펀드 어드벤트 인터내셔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약 4000억원을 들여 미국 커피빈 본사의 구주 지분 75%를 인수했다. 이중 미래에셋은 20%의 지분을 확보했고, 여기에 국민연금이 약 73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에셋은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M&A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매수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음료 업종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로 최저임금 상승, 임대료 급등, 정부 규제 강화에 더해 트렌드 변화와 치열해진 경쟁을 꼽았다.

최근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외식이 아닌 홈파티가 하나의 주류로 자리잡는 것도 이유다. 시중에서 팔고 있는 가정간편식(HMR)과 에어프라이기를 통해 상을 차리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외식하러 나기기보다 집에서 음식을 해먹거나 시켜 먹는 일이 많아졌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외식산업은 불황이지만 배달음식과 홈파티, 가정간편식 사업은 호황"이라며 "외식업체들의 실적이 점점 악화되고 가정간편식 업체들의 이익이 늘어나는 이유"라고 했다.

외식업이 가맹점을 통해 매출을 얻는 구조라 상장이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PEF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맹점이 많은 외식업종은 직상장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가맹점 이익과 충돌할 수 있어서다.

최근 이디야, 본죽, 쥬씨 등이 기업상장을 연기하거나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백종원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더본코리아도 매출이 줄며 상장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BBQ, 카페베네가 상장에 실패했고, 교촌에프앤비도 상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PEF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국내 외식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매수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최저임금, 정부 규제, 트렌드 변화로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