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에서 홍역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국내에 홍역 확진 환자가 30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달 대구에서 홍역 첫 환자가 신고된 이후 21일 오전 10시 기준 현재 총 30명의 홍역 확진자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경산시에서 17명, 경기도에서 10명의 홍역 환자가 집단 발생했다. 이후 서울에서 1명, 경기도 1명, 전남에서 1명이 산발적으로 홍역 확진을 받았다.

홍역 환자 연령대를 보면, 만4세 이하가 15명, 20대 9명, 30대 6명이다. 대구 지역은 의료기관 내에서 영유아와 의료기관 종사자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경기 안산에서 발생한 홍역 환자 중 5명의 영유아는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홍역에 걸렸고, 동일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홍역이 집단 발생한 대구, 경기도 안산·시흥지역의 경우, 홍역 바이러스 유전형이 다르고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아 각각 다른 경로로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대구 홍역 환자 바이러스 유전형은 주로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유행 중인 ‘B3형’이며 경기도는 ‘D8형’으로 분석됐다.

서울, 경기, 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홍역 환자 3명은 모두 30대로, 각각 베트남, 태국, 필리핀 여행한 뒤 홍역 증상이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로 판단돼 해당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접촉자 조사 및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다. 발열, 기침, 콧물, 결막염으로 시작해 구강 점막 반점,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을 보인다.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된다. 홍역에 대한 면역이 불충분한 사람이 홍역 환자와 접촉하면 90% 이상 홍역에 걸릴 수 있다.

특별한 치료 없이 안정, 수분·영양 공급과 같은 대증요법만으로 호전될 수 있으나, 홍역으로 인한 중이염, 폐렴, 설사·구토로 인한 탈수 등 합병증이 있는 경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홍역은 백신 2회 접종으로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 홍역 예방접종률이 1차 97.8% 2차 98.2%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접종 시기가 안 된 12개월 미만의 영아와 면역력이 저하된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할 수 있다.

어린이는 홍역 표준 접종 일정에 따라 적기에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생후 12~15개월에 한 번 접종을 받고, 만 4~6세에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2차 접종을 받아야 한다.

최근 유럽, 중국, 태국, 필리핀 등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어 국내 유입 위험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홍역 확진자 수는 작년 12월 기준 4만4386명이었다. 프랑스의 경우 작년 11월 기준 2727명, 이탈리아는 작년 10월 말 기준 2552명, 러시아는 작년 11월 말 기준 3017명, 그리스 작년 12월 기준 2290명 등 홍역 환자가 확산됐다.

지난 한해 동안 발생한 국내 홍역 환자 20명의 감염원을 분석한 결과 20명 중 10명이 국외에서 감염된 후 국내에서 홍역이 확인됐거나 국외에서 유입된 바이러스로 인해 2차 감염된 사례였다. 나머지 10명은 국외 유입과 관련이 없어 원인이 불명확한 경우였다.

영·유아 시기에 MMR 백신 2회 접종을 마쳤다면 더 이상 추가접종은 필요하지 않다. 다만, 면역의 증거가 없는 성인의 경우, 적어도 MMR 백신 1회 접종이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유럽, 중국, 태국, 필리핀 등 홍역 유행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예방백신을 2회 모두 접종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출국 4~6주 전 최소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마칠 것을 권고했다.

홍역 유행국가 여행 중에는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씻기, 기침예절 지키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여행 후 홍역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문의해 안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