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조현병 환자의 치료 약물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조현병 환자에 맞춤형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제1저자: 분당서울대병원 김서영 임상강사)은 조현병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반응성을 예측해 조기에 적절한 약물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의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첨단 뇌영상인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과 뇌 양성자단층 촬영을 동시에 적용해 조현병의 병태 생리를 밝힌 세계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김의태(왼쪽)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현병(調絃病)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현악기 줄을 고르듯 신경전달물질의 조절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조현병은 1차 항정신약물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치료 반응성 조현병’과 1차 치료제에 반응이 없어 클로자핀(clozapine) 약물에만 호전을 보이는 ‘치료 저항성 조현병’으로 구분된다.

기존에는 실제 환자에게 1차 항정신병약물로 치료를 해보기 전에는 치료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치료 저항성 환자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기 전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뇌의 기능적 연결성과 도파민 생성 정도의 상관관계에 주목해 조현병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 차이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군에서 치료 반응성 환자에 비해 도파민 생성이 10% 이상 적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 중 치료 반응성 환자 12명, 치료 저항성 환자 12명, 건강자원자 12명을 대상으로 기능적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 영역간의 연결성을 측정했다. 시냅스 전 도파민 생성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최첨단 도파(DOPA) 양성자단층촬영도 진행했다.

그 결과, 조현병 치료 반응성 환자의 경우 뇌의 기능적 연결성과 시냅스 전 도파민 생성 정도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치료 저항성 환자에서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조현병이라도 항정신병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성에 따라 병태 생리가 다르다는 의미다.

X축은 뇌의 기능적 연결성, Y축은 시냅스 전 도파민 생성 정도를 나타낸다. 각 그룹별로 상관관계의 양상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며 특히 치료반응성 환자의 경우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김의태 교수는 "선조체-전두엽의 기능적 연결성과 시냅스 전 도파민 생성 정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 조현병 치료 저항성 환자와 반응성 환자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조기에 적절한 약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조현병 환자 맞춤 치료의 길을 열고 조현병 원인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연구논문은 정신과학 및 임상심리학 학술지 ‘정신의학(Psychologic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