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일본 도쿄에 있는 광학기업 올림푸스 본사 3층. 이 회사의 대표 제품들을 전시한 '올림푸스 테크노랩'에 들어가자 고가의 최첨단 현미경들이 가득했다. 한 직원이 연구용 현미경 'FV3000'을 조작하자 바로 옆 대형 화면에 사람 세포의 입체 구조가 나왔다. 이 현미경은 올림푸스가 암 연구를 위해 세포 내 변화를 입체(3D)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개발한 장비다. 1초당 43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신경 세포가 다른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모습까지 포착할 수 있다. 에다 유키오 올림푸스 과학개발2부장은 "미국 한 대학에서는 이달 초 이 현미경을 이용해 대장암 환자의 암세포를 3차원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1919년 현미경 제조 회사로 출발한 올림푸스는 렌즈가 들어가는 각종 분야의 세계적 강자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카메라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소화기 내시경 시장의 70%를 차지한 1위 기업이다. 기업 연 매출(8조원)의 75%가 내시경을 비롯한 의료 사업에서 나오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올림푸스는 연구용 현미경 시장(세계 점유율 50%)에서도 세계 1위다. 여기에는 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까지 미세하게 구분하는 세계 최고의 렌즈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오가와 하루오 올림푸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올림푸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는 것을 목표로 창업 100년 동안 광학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며 "제조업의 본질인 모노즈쿠리(物作り· 혼신을 다해 물건 만드는 장인정신)에 집중한 게 현재의 올림푸스를 있게 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기술'에 집중하는 모노즈쿠리 정신
올림푸스는 광학 분야에서 유독 '세계 최초' 제품이 많다. '독창적인 제품으로 사회에 기여하자'고 강조한 고(故) 야마시타 다케시(山下長) 창업자의 정신에 따라 지난 100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광학 분야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올림푸스는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쏟아붓고 있다. 렌즈를 개발·제조하는 나가노(長野) 공장의 장인 기술자들도 회사에서 최고 수준 대우를 받는다. 올림푸스는 의료 내시경·현미경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업계 최대인 1만80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올림푸스는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전 세계 의사와 과학 연구자들을 수시로 만나 의료·연구 현장에 필요한 기능을 조사해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세계 최초의 위 내시경도 1950년 한 일본 외과 의사로부터 "카메라를 몸속에 넣어 검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개발했다. 올림푸스는 이후 캡슐형 내시경·3D 복강경 내시경 등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혁신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올림푸스는 최근 반도체나 전자부품, 자동차부품을 검사하는 산업용 내시경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림푸스의 산업내시경 세계 점유율은 지난해 40%까지 올랐다. 올림푸스가 개발한 전자 회로 검사 현미경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생산 기업들도 사용하고 있다.
◇"내시경·현미경에 인공지능(AI) 도입할 것"
올림푸스는 나가노 공장에 기술자 육성 프로그램인 '올림푸스 광학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시경·현미경에 들어가는 렌즈의 제작 기술자를 자체 양성하고 있다. 30, 40년 경력의 장인 기술자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책을 만들어 신입사원들에게 일대일로 렌즈 가공·조립 기술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도제식 교육이 올림푸스를 세계 최고 광학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올림푸스에는 일왕(日王)이 수여하는 산업포장인 황수(黃綬) 훈장을 받은 장인 기술자가 역대 5명(현직 2명)으로 동종업계에서 가장 많다.
올림푸스는 창립 100주년인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광학 기술에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더하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타 마사키 올림푸스 과학생산본부장은 "AI로 환자 암세포의 3차원 영상을 분석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활용하거나 항공기 가스터빈, 반도체 기판의 잘못된 부분을 빠르게 찾아내는 내시경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