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처음으로 석유화학 분야 해외 투자에 나서 사우디아라비아에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부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공장이 운영을 시작하면 대림산업은 글로벌 폴리부텐 시장에서 3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 세계1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연간 8만t의 폴리부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폴리부텐은 윤활유와 연료첨가제, 접착제 등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이다. 연간 약 100만t 정도 소비되는 폴리부텐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주베일 산업단지에 들어설 폴리부텐 공장은 2022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부터 생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대림산업은 1993년부터 폴리부텐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분해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대림산업은 2010년 친환경적 제품 생산에 쓰이는 '고반응성 폴리부텐' 생산 기술도 확보했다. 값이 싼 잔사유(殘渣油·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를 이용해 고가의 폴리부텐을 생산하는 기술로, 지난 2015년엔 폴리부텐 생산 기술이 정부로부터 '광복 이후 대표 과학기술 성과 70선(選)'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현재 여수산업단지에 연간 20만t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림산업 측은 "특히 고반응성 폴리부텐의 경우 친환경 제품 수요가 늘며 글로벌 시장 규모가 연평균 4%씩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 자체가 해외에 수출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2015년 미국 석유화학업체 루브리졸과(Lubrizol)과 폴리부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한국 기업이 석유화학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 석유화학 기술을 수출한 첫 사례다.
이번 폴리부텐 공장 설립은 대림산업이 석유화학 분야에서 '글로벌 디벨로퍼'로 첫선을 보인 사업이기도 하다. 디벨로퍼란 프로젝트의 발굴, 기획, 지분 투자, 금융 조달, 건설, 운영 및 관리까지 사업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개발사업자를 의미한다. 대림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미국에서도 디벨로퍼로 석유화학 생산 시설을 짓는다는 목표다. 지난해 대림은 태국 PTT 글로벌 케미컬의 미국 자회사와 공동으로 미국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폴리부텐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돼 향후 유럽·아시아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부텐(Polybutene)
윤활유 첨가제, 연료 청정제, 접착제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화합물. 특히 고반응성 폴리부텐의 경우 윤활유 제조 공정을 단순화시킬 수 있고, 염소 성분이 없어 친환경 제품의 원료로 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