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파업을 계기로 시중은행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주력 제조업 경쟁력 상실, 고용 참사 등 경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와중에 은행원들이 손쉽게 번 돈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국민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이 잇따라 연말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거나 지급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 다수 국민은 은행원들이 주주 가치 제고, 고객 서비스 개선 등 은행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권익을 높이거나, 차별화된 금융 상품 개발, 해외 시장 개척 등 경쟁력을 제고하는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자기 잇속은 철저히 챙긴다고 보고 있다.

◇실적 좋자 앞다퉈 '성과급 잔치'

작년 분기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환호가 터져 나오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각 은행 내부에서는 포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석 달 치 월급 수준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을 결정하고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2017년 대비 5% 인상된 1850억원 안팎 규모다. 농협은행도 두 달 치 월급인 통상임금 200%에 해당하는 연말 성과급 지급을 최근 결정했다. 총액 95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국민은행도 성과급과 수당으로 통상임금 300%인 1800억~2000억원에 대해서는 노사가 타협점을 찾은 상태다. 노사 안팎에서 모두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에 비해 과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 협상이 끝나면 우리은행·하나은행도 '경쟁사도 비슷하다'면서 역대급 성과급을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들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의 역대급 실적은 시중은행들의 실력 덕분이라기보다 금리 인상기에 힘입은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시장에서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오른 반면,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라 예대금리 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간 차이)가 확대된 것이 원인이라는 뜻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인 이익은 작년 1~3분기에만 20조원을 넘긴 상태다. 자산 규모가 300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시중은행들은 예대금리 차이가 1%포인트만 돼도 연간 3조원대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소액주주, 소비자들의 고통은 외면

이자는 은행엔 '수익'이지만, 대출 고객에겐 '고통'이다. 나날이 오르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죽을 맛이다. 은행 주주들은 주가 급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작년 1월 6만9200원까지 올랐던 KB금융 주가는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최근에는 4만6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1년 새 34%가 추락한 것이다.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 등 다른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9배까지 낮아졌다. 주식 가치가 은행 순자산의 절반도 안 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은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등의 노력을 하는데, 은행들은 그런 노력도 안 한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 등으로 은행들이 수익 기반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익을 성과급 등으로 소진할 때가 아니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았는데 규제와 부동산 시장 냉각 등으로 은행들이 작년만큼의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원 다각화를 도모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성과가 좋을 때 취약 계층을 위한 예·적금 등 금융 상품을 확대하는 등 사회적 기여를 더 많이 해 금융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파업 사태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가 'LO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동료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데 억대 연봉 정규직 노조원들이 성과급 일부를 양보해 이들의 급여 인상 재원으로 쓰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