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사료업체 카길, 사조동아원에 부당이득 반환 소송
사조, 카길 직원 윤모씨 공무상표시무효 혐의로 고소
法, 원고 일부승소 판결…사조측에 "돼지 불법 처분이익 배상하라"

세계 1위 사료업체인 카길과 국내 유통사인 사조동아원(008040)이 전라북도 정읍의 돼지 약 2300마리 때문에 법정 다툼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9조원의 국내 사료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양측이 이번 소송에서 진흙탕 싸움에 나서 주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카길애그리퓨리나가 사조동아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국내 한 돼지농장. 이 사건과는 관련없음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지난 2017년말 자신들이 담보를 잡은 돼지를 무단으로 처분해 이익을 취했다며 사조동아원을 상대로 약 6억원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카길에그리퓨리나는 법무법인 화우가, 피고 사조동아원은 법무법인 율촌이 변호를 맡았다.

양측 다툼의 발단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길과 사조동아원은 전북 정읍에 김모씨가 소유한 돼지농장(1~5농장)에 사료를 납품하고 그 대금을 받기 위해 돼지 약 4만마리를 담보로 한 양도담보(讓渡擔保) 계약을 체결했다. 카길은 선순위 채권자, 사조동아원은 후순위 채권자였다. 채권금액은 약 86억원이다.

김씨가 정해진 기간내 납품대금을 주지 않자 카길은 1농장 돼지 600두, 2농장 500두, 5농장 1600두 등 약 2700마리의 돼지를 압류했다. 감정가는 6억9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집행관이 압류물 점검을 해보니 이미 일부 돼지가 사라지고 남아있지 않았다. 집행관은 돼지의 멸실을 이유로 압류를 직권취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사조동아원은 카길 몰래, 남아있는 돼지(2350마리)를 송모씨에게 헐값인 9000만원에 모두 팔아치웠다.

또 사조동아원은 돼지의 보관과 관리를 담당한 카길의 직원 윤모씨를 공무상표시무효 혐의로 고소했다. 윤씨가 돈사에서 돼지를 반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카길은 사조동아원이 후순위 양도담보권자로 적법한 권한이 없는데도 돼지를 무단으로 처분했다는 점을 들어 돼지 시가(감정가 6억900만원)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조동아원은 카길의 양도담보권이 자신들이 처분한 돼지에는 미치지 않고 설령 사조동아원의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채권이 인정된다고 해도 사조측이 돼지를 팔아치운(2013년 8월30일) 날로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손해배상채권이 소멸됐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조동아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길의 양도담보권 범위를 김씨가 소유한 정읍농장(1,2 농장) 전체 돼지에 미친다고 판단했다. 또 후순위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다며 사조동아원의 양도담보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조동아원이 카길 몰래 돼지를 처분한 것은 카길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와의 관계에서 정당한 권원 없이 돼지들을 처분하고 취득한 이득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카길이 돼지 시가 6억원을 모두 배상하라고 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조동아원이 처분한 각 농장별 돼지 수를 알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부당이득금을 산정하기 어렵다"며 "증거물을 기준으로 1,2 농장 돼지 913마리, 약 3845만원의 처분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번 판결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