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시지가(땅값)를 시세의 70%에 맞춘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여기에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격도 한 번에 2~3배씩 과속(過速)으로 인상하면서, 보유세가 급등하고 땅값 상승이나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공시지가 담당자 회의에서 "공시지가를 실제 거래 가격의 70%까지 끌어올리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구체적인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공시가율) 목표치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통상 아파트 공시지가는 시세 70% 안팎, 토지나 단독주택 공시지가는 시세 40~50% 선에서 전문가인 감정평가사들이 자율적으로 매겨왔다.

정부 가이드라인 공개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아파트는 규격화된 상품이라 평수가 같으면 대체로 가격이 비슷하고, 거래도 많아 '시세' 파악이 쉽지만, 땅이나 단독주택은 인접 필지라도 필지의 모양, 도로 접근성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극소수인 재벌 소유 주택 공시가격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모조리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소유주들이 동네에서 1년에 한두 건 발생하는 실거래 가격을 '시세'라고 들고와 공정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대응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시지가 과속 인상이 대출을 더 쉽게 만들어 토지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 한 관계자는 "땅에 대한 대출은 감정평가액의 70%까지 나오는데, 공시지가가 오르면 감정평가액도 따라 오른다"며 "앞으로 땅 투자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예컨대 마포구 연남동 2층 다가구주택의 경우, 2층에 주인이 살면서 반(半)지하층과 1층을 각각 둘로 쪼개 연간 1800만~2000만원 정도 임대 소득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지역은 이번에 공시가격이 2배 안팎으로 급등하면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장기적으로 3배까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