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간식 먹으며 즐거운 표정…"총단결 총투쟁"
직원 평균연봉 9100만원, 임금·성과급 더 달라 요구
"총단결 총투쟁으로 임단투 승리하자! 파업 파업 총파업!"
7일 저녁 8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으로 총파업에 참여하기 위한 KB국민은행 직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총파업'이란 글자가 적힌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이란 글자가 쓰여진 검정색 마스크를 쓴 직원들로 잠실학생체육관은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정확한 참석 인원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3000명 내외로 추산된다.
직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준비한 간식을 나눠먹는 등 대부분 밝은 표정이었다. 저녁 9시 총파업 전야제가 시작하자 잠실학생체육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직원들은 파업 구호를 외치고 커다란 함성 소리를 내며 총파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국민은행 노조, 임단협 결렬에 19년만의 총파업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저녁 9시 전야제를 시작으로 8일 오후 3시까지 1차 경고성 총파업에 나선 뒤 3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5차 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측은 노조가 협상에 의지가 없다고 말하지만 지난 일요일 사측에 협상을 제의한 것도, 이날 저녁 허인 은행장에게 연락을 달라고 한 것도 노조"라며 "총파업을 막을 의지가 없었던 것은 사측"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성과급 문제는 협의를 통해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사측에서 임금피크제 등 단서 조항을 달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젊은 행원들에 대한 차별 철폐,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1년 연장 등은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일부 지역의 지역본부장, 지점장은 일부 직원의 총파업 참여를 막기도 했다. 이 때문에 총파업 전야제가 시작했음에도 일부 공간은 자리가 비었다. 박 위원장은 "허인 행장은 노사 협상이 끝나자마자 점포장 등에게 연락해 직원들이 총파업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며 "경영진들의 이런 행위를 보고만 있을 수 없으며 투쟁으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총파업 전야제에 참석한 한 국민은행 직원은 "젊은 직원들에 대한 배려, 임금피크제에 진입하는 선배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총파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 기회에 직원들이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 소식에 대한 여론은 차가운 편이다. 국민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약 91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근로자 500인 이상 대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2017년 기준·중소기업연구원) 8200만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근로자 100인 미만 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 약 4700만원보다는 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勞社, 페이밴드·임금피크제 등 입장 차이 커
국민은행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두고 지난해 12월부터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협상에 나섰지만 ▲임금인상 ▲기본급의 300%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페이밴드(연차가 쌓여도 승진을 못하면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 폐지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간 사측은 성과급 문제를 놓고 PS(Profit Sharing) 지급 기준을 경영 성과 달성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으로 바꾸자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노조는 은행이 ROE 10%를 달성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페이밴드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고 부점장과 팀원·팀장급 직원의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일치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시간외수당이 포함된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은행 노조는 페이밴드와 임금피크제 등의 조건이 달려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이밴드도 노사간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허 행장은 "페이밴드 확대를 제안한 이유는 '소홀한 업무태도'로 동료 직원의 근로 의욕까지 꺾고 있는 일부 극소수 직원들을 염두에 둔 '최소한의 조치'"라며 "대다수 직원 여러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노조는 페이밴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페이밴드는 2014년 11월 이후 입행한 직원들부터 적용되고 있다.
양측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를 두고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을 부장(지점장)과 팀원 급으로 이원화해 적용하는데, 부장급은 생일이 지나면 바로 임금피크에 들어가지만 팀원급은 다음해 1월부터 적용받는다. 노조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되 산별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1년 연장키로 한만큼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원화된 임금피크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도 언제든 사측과 협의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이란 한 쪽의 주장만 관철시킬 수 없고 노조도 협의 과정에서 일부 안건은 양보할 용의가 있다"며 "젊은 은행원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이 받아들일만한 수준이 제시된다면 협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