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한국투자증권의 새 얼굴로 등장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자신의 주특기인 IB(투자금융)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올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3년 안에 순이익 1조원 클럽에도 가입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정 사장은 CEO 교체와 금융당국 조사, 핵심 직원 이탈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의식한 듯 임직원에 대한 성과 보상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영업익 1조원 목표"

한국투자증권은 7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정 사장 취임 후 첫 번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 사장은 1988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에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0년간 한 곳에서만 일했다. 한투증권에서 신입사원이 사장 자리까지 오른 건 정 사장이 최초다. 그는 "이 회사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사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후배들에게 줬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30년 한투 생활 중 27년을 IB본부에서 근무했다. 2004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034220)) 한·미 동시상장과 2010년 4조8000억원 규모의 삼성생명(032830)상장 등이 그의 작품이다. 정 사장은 오랜 시간 쌓아온 기업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시도하겠다고 했다.

정 사장은 "보통 리테일에서 30%, IB와 자기자본 운용에서 70% 정도의 이익을 담당한다"며 "리테일 수익을 더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IB와 자기자본 운용 파트에서 분발하면 목표 숫자(1조원)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2017년 6800억원, 2018년 3분기까지 5400억원의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그는 "직원들과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3년내 순이익 1조원 클럽에도 가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계열사와 본부간 시너지 일상화, 자원 활용의 최적화와 철저한 리스크관리, 해외 현지법인의 성공적 안착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기존 업무개선 조직을 경영기획총괄 소속의 '업무혁신추진부'로 확대 개편했다"며 "현장 의견이 곧바로 반영되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 영업 성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상반기 중 카카오뱅크를 통한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아무래도 다른 시중은행을 통한 계좌 개설보다는 더 집중적이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중소 증권사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좋은 매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인수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전경

◇김연추 이직 의식…"튀는 개인보다 조직 중요"

정 사장이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며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현재 한투증권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대외 악재뿐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저성장, 가계부채, 부동산 침체 등의 현실이 정 사장과 한투증권의 앞날을 방해하고 있어서다. 업계 내부적으로도 증권사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한투증권 자체적으로도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2007년부터 11년간 조직을 이끌던 유상호 전 사장이 물러나고 새 대표를 맞이한 첫 해인데다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는 발행어음 자금을 불법 활용한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파생상품 수익구조 개발의 달인으로 알려진 김연추 전 차장을 경쟁사인 미래에셋대우에 빼앗기기도 했다. 김 전 차장은 한투증권 재직 시절 사장보다 많은 22억원의 연봉을 받아 화제가 된 인물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2일 김 전 차장을 에쿼티파생본부장(상무보급)으로 임명했다.

정 사장은 임직원의 동요를 의식한 듯 "눈에 잘 보이는 숫자 만큼 그 숫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희생하는 직원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겠다"며 "특정 개인이 튀는 것보다는 하우스 전체가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