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사고를 둘러싼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보일러 업계에서는 허술한 가스보일러 내부 설계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가스보일러의 설치나 관리도 문제지만, 애초에 기준치 이상의 일산화탄소(CO) 유출을 막지 못한 가스보일러 제품의 설계 문제가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통상 보일러 내부에 첨단 센서를 설치해 기준치 이상의 일산화탄소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가 일반화돼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강릉 펜션사고의 원인이 된 가스보일러 제품은 국내 보일러 제조사인 K사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고 경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설치, 관리 문제에 앞서 가스보일러 내부의 센서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가스보일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도입 초기에는 가스보일러 제품 자체의 결함이나 설치, 관리 문제로 해마다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2000년대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센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가스보일러는 적절한 공기량을 조절해 불완전연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가장 핵심이다. 특히 일정한 공기(산소 등)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보일러 제품은 첨단 센서가 공기 농도를 감지해 산소가 부족할 때는 환풍기를 작동시켜 가스보일러 연소실의 산소를 일정하게 공급하게 하는 설계가 일반화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완전연소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는데 가장 일반적으로는 산소 농도가 일정치 않아 불완전연소가 발생하게 되고, 이 불완전연소가 연소실 벽이나 열교환기 등에 문제를 일으켜 부식을 촉진시키면서 일산화탄소의 유출이 더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외부적 변수나 결함에 의해 불완전연소가 발생하게 될 경우 일산화탄소가 기준치 이상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센서 제품도 탑재되는 추세다. 기준치 이상의 일산화탄소 배출이 발생할 경우 강제적으로 연소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특히 일산화탄소 배출에 민감한 미국 시장의 경우 이같은 센서 부착이 의무화돼 있다.
이번에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이 된 가스보일러의 경우 이같은 센서가 내부에 장착돼 있지 않거나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 보일러업체 A사 관계자는 "사건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가스보일러에서 대략 1만PPM 이상의 일산화탄소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상적인 가스보일러 제품이었다면 중간에 연소가 강제적으로 중단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고 이후 일각에서는 실내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의무화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선을 긋는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일산화탄소량이 기준치 이상 감지됐을 때 경보를 울리는 방식은 이미 소비자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에 노출된 이후에 알려주는 셈"이라며 "보일러 제품의 설계 자체에 대해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법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