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분야에서 고사양의 하드웨어로 기술력을 과시하기 보다는 사용자 경험(UX)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고가 프리미엄 폰 수요가 정체된 데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지난해 12월 17~19일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사용자 경험을 더 강화하고 차별화시켜 고객 최적화로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 경험을 뜻한다. 사용자 편의성이라는 말로도 불린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고 사장의 이번 발언이 최근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수익성 악화 문제와 관련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태다. 애플이 신제품 가격을 200만원 수준까지 과감히 올린 것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주요 프리미엄 제품의 성능은 전작(前作)보다 높였지만 가격은 작년과 비슷한 100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유지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노트9이 전작만큼 팔렸지만 고가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탓에 이익은 기대만큼 올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흥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프리미엄 모델보다 먼저 중저가 모델의 하드웨어 사양을 높이는 강수를 던졌지만 중국산 저가폰 공세에 가격을 높이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3분기까지 IM부문 누적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감소한 8조6600억원이다. IM부문은 한 때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12.6%에 그쳤다. 3분기 실적만 봐도 매출 24조9100억원, 영업이익 2조2200억원으로 작년 3분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32.5% 줄었다.

하드웨어 부품 탑재 경쟁으로 높아지는 스마트폰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소비자 니즈를 끌어낼 차별화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최근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에겐 시급한 화두다. 사용자 경험 같은 소프트웨어 강화는 생산 단가 인상 요인을 줄이면서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수익성을 개선시킬 대안으로도 꼽힌다. 최근 패션업계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인 윌리엄 김을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으로 영입을 추진한 것도 온라인 상에서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 공유와 확산을 촉진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일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구사할 사용자 경험 강화 전략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음성인식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인 빅스비,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스마트폰을 PC환경으로 사용할수 있게 해주는 삼성 덱스 등이 크게 활용될 것으로 전자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 기능들이 중가폰 라인업인 갤럭시A 시리즈로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사용자환경(UI)도 전 제품군에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7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8'에서 올해 출시될 스마트폰에 들어갈 원(ONE) UI를 공개한 바 있다. 원 UI는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하고 보다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한 손 조작과 자연스러운 사용성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화면 위쪽에는 시각적 요소를, 아래쪽에는 조작을 위한 다양한 기능적 요소를 넣었다. 상단에 노출되는 알림과 팝업 등도 아래쪽으로 옮겨 한 손으로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 브라우저나 멀티미디어, 메신저 등 동시에 3개 앱을 쓸 수 있고 삭제한 사진이나 파일을 휴지통에 보관해주는 기능도 들어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 변화였지만 작년에 카메라 수를 늘린 것도 사용자 경험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었다"면서 "회사는 꾸준히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고, 올해는 원 UI와 빅스비 기능 고도화 등 사용자 경험 강화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올해 사업전략이 생산단가만 올리는 하드웨어 경쟁보다는 소프트웨어 차별화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며 "중저가폰에도 프리미엄폰에 탑재돼온 빅스비나 삼성 덱스 같은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확대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