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말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막차에 올라탔던 투자자들은 요즘 쓰린 속을 달래고 있다.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기 직전 중국·베트남 펀드 등에 돈을 넣었는데,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부진하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를 해지할 경우 더 이상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환매하기보다는 추가 투자를 통해 저가 매수 효과를 보는 게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해 큰 폭의 조정을 거친 신흥국을 중심으로 앞으로 수익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중국·베트남 펀드 '곤두박질'

3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15.46%로 집계됐다. 특히 해외 비과세 주식형 펀드 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유입됐던 신흥 아시아 펀드 수익률은 -20.5%로 곤두박질 쳤다.

새해에도 어두운 중국 증시 - 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사를 찾은 투자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날 소비 진작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중화권 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상하이 지수는 0.04%, 홍콩 항셍 지수는 0.3%씩 각각 떨어졌다.

원래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환차익, 매매 차익, 배당 등 매매 평가 차익에 대해 세금을 15.4% 내야 하는데 2017년 한시적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 10년간 세금을 면제(배당소득세는 제외)해주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 세제 혜택 기간이 긴 데다 기간 내 아무 때나 펀드를 환매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수익이 발생하면 아무 때나 펀드를 해지해도 별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글로벌 증시도 승승장구하던 때라 비과세 일몰을 앞두고 약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해외 주식형 펀드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이 금리를 거듭 올리고 미·중 간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중국 주식형 펀드는 1년간 -23.79%, 베트남 펀드는 -12.09%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 기술주 고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국 증시도 급락했고, 그나마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해오던 북미 펀드 성적도 -6.16%로 고꾸라졌다. 펀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큰 셈이다.

◇인도·브라질 펀드는 '활짝'

하지만 새해 들면서 신흥국 주식형 펀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이 장기화되고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면서 선진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은 커진 반면 신흥국은 반등 국면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흥국 증시를 짓눌렀던 미국의 금리 인상, 무역 갈등의 영향이 줄면서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신흥국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인도와 베트남이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수 시장이 큰 인도의 펀드 수익률은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수익률은 평균 -11.84%지만 최근 3개월 수익률은 4.61%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글로벌 생산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친시장 성향의 새 정부가 들어선 브라질도 2일(현지 시각)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은 최근 1년간 4.21%, 3개월간 19.25%로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독보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새 정부의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이 연금 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조세제도 간소화를 새 경제정책 3대 축으로 제시하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저조하더라도 투자 지역에 따라 "섣부른 환매보다는 관망, 관망보다는 추가 투자가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비과세 혜택이 10년 동안 주어지는 만큼 수익률이 회복될 때까지 장기적인 시각으로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펀드에 넣은 자산이 지나치게 많다면 일부만 환매해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주식 가격이 크게 낮아진 신흥국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면 추가 투자를 통해 기대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