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대대적 경영쇄신에 나섰다. 특히 창업자 박성수 회장의 여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랜드그룹은 3일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박성수 회장을 도와 회사를 경영해 왔다. 이랜드파크의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중이다. 박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내려놓지만 이랜드재단 이사장은 맡을 예정이다. 박성수 회장도 계열사와 사업부별 자율경영이 이뤄지도록 미래 먹거리 발굴과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만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검증된 경영진을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해 독립경영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라며 "기존 사업 틀에 얽매이지 않고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명망 있는 사외이사 영입을 통해 투명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 직급을 부회장 및 사장으로 격상해 경영상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랜드월드 대표와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맡아온 김일규 신임 부회장이 박 부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총괄한다.
이랜드월드는 그룹의 지주 역할을 하는 핵심 회사다.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이월드, 엘칸토, 이랜드서비스, 해외계열사 등을 지배하고 있다. 박성수 회장이 33.92%, 부인 곽숙재씨가 6.72%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이랜드가 전문경영인 체제에 본격 돌입한 것은 그룹 차입금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돼 온 이랜드리테일 상장이 핵심이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총수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심해진 이유도 있다.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모습을 통해 투자자들에 신뢰를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42위인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5월 기준 총자산이 8조3000억원으로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다. 계열사는 30곳이다. 공정위는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간 주식을 서로 투자하고 상대회사의 주식을 상호 보유하는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또 계열사간 순환출자도 금지된다.
정부의 감시는 점차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 이랜드그룹이 자금난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이랜드리테일 상장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월드가 지배(28.7%)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지난 2017년 신용등급이 'BBB-'(한신평)로 강등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랜드월드는 2013년 케이스위스(K-SWISS)를 약 2억달러(약 2195억원)에 인수했는데, 1억달러 자체자금으로, 나머지는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조달했다. K-SWISS의 FI가 2016년말 이탈하면서 이랜드가 1650억원의 자금을 떠안았다.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이랜드월드 투자자들은 약 115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 조기상환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빌려준 자금을 조기 회수할 수 있도록 약정해놨는데,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기한이익상실 트리거가 발동됐다. 기한이익상실은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랜드는 한신평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초강수를 뒀지만,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불신이 커지면서 이랜드리테일 상장도 보류됐다. 거기다 애슐리, 자연별곡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까지 터졌다.
상황이 이렇자 이랜드는 큐캐피탈, 큐리어스, 프랙시스 캐피탈 등 사모펀드(PEF)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600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자금 유치)'를 했다. 컨소시엄은 프리 IPO의 대가로 이랜드리테일이 올 상반기까지 상장하지 않을 경우,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가져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은 이미 한번 퇴짜를 맞았기 때문에 상장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거래소에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