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이 의결되자 중소기업은 물론 신입사원 초봉이 5000만원에 가까운 대기업도 비상이다. 대우조선해양, #현대모비스##에 이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을 기업이 속출할 전망이다. 수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자 경제단체들은 곧바로 입장자료를 통해 실망감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절박성은 반영되지 못했고 기업의 경영 재원과 권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기본급, 주휴수당, 고정수당을 합친 분자를 소정근로시간 분모로 나눠 계산한다. 이번 개정안은 주휴수당(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고 노사간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 시간과 수당은 제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소정근로시간에 실제로 일하진 않지만 수당을 받는 유급처리 된 시간을 포함할 경우 신입사원 초봉이 5000만원에 가까운 대기업도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주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령 현대모비스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상여금, 성과급 등을 뺀 초봉을 월 근무(243시간)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이 7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유급 주휴시간에 주 8시간만 반영하기로 하고 약정휴일시간과 약정휴일수당을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개정안을 수정했지만, 경영계는 산정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산정 방식에서 분모(약정휴일시간)와 분자(약정휴일수당) 모두 제외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행안대로라면 현대·기아자동차 직원 8200여 명도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계는 일제히 실망감을 표했다. 기업들은 대외적으로 보호 무역주의, 주요 수출 상대국의 성장률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인건비 상승, 내수부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한다. 임금인상은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특히 이번에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대법원 판례와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소기업 대표에 대한 재판에서 "(최저임금 지급 대상인) 근로시간에 유급휴일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총은 "최근 잇달아 내려진 대법원 판결로 기업이 최저임금 시급을 20% 높게 산정 받을 수 있는 사법적 보장이 행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며 " 기존 시행령과 사법부 판결에 기반해 기업들은 높은 인건비 부담과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실질적인 정도까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응 능력을 정당하게 확보한 것으로 여겼지만, 이제 새로운 시행령에 따라 최저임금 추가 인상분을 바로 고스란히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처벌 대상이 되는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불안한 경제상황, 단기간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기업의 최저임금 지불능력 고갈, 경제심리 하락 등 당면한 기업 현실과 시행령 개정이 안고 있는 실체적, 절차적 문제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적으로 동 사안에 대해 합리적, 합법적인 대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구시대적 임금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최우선적 과제로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약정휴일이 있는 기업은 주로 유노조 대기업으로 이들 기업의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임금총액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아도 법을 위반하게 될 것"이라며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추가적인 임금인상으로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안은 약정유급휴일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하는 것이어서 고용노동부의 기존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며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29.1%나 인상됨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나 영세·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추 실장은 "어려운 경제 현실과 선진국에 거의 없는 주휴수당, 불합리한 임금체계 및 최저임금 산정방식, 한계선상에 있는 영세․소상공인의 부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관련 사항은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므로, 다양한 의견 청취와 면밀한 검토를 통해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정부가 유급휴일 전체를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려던 초안에서 주휴시간에만 한정해 포함하기로 수정하며 합리적인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근로 제공이 없는 시간에 임금을 지급하는 불합리한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