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택했다. 총 4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4월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는 8개 LG그룹 계열사 연구인력 1만7000여명이 집결한 곳이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3000평) 부지에 20개 연구동이 들어서 있다.

구 회장은 LG전자의 '레이저 헤드램프' 등 전장 부품과 LG디스플레이의 '투명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을 살펴봤다. 빅데이터,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분야 기술을 우선 육성하기로 하는 등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LG의 미래에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이언스파크에 선대 회장께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듯이 저 또한 우선 순위를 높게 두고 챙길 것"이라며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연구개발(R&D)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LG그룹의 3대 핵심 사업군인 '전자·화학·통신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자동차 부품,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등 차세대 먹거리 육성을 구상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국내는 물론 북미, 일본 지역의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스타트업 발굴도 강조하고 있다.

◇ 그룹 컨트롤타워에 자동차부품팀 신설…전기차 배터리 공격적 증설

LG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주)LG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했다. 기존 전자팀, 화학팀, 통신서비스팀에 이어 자동차부품을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주)LG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외부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데려왔다. 김 부사장은 기아차·르노삼성·한국타이어 등을 거쳤으며 자동차부품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서 매출 1조원 달성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 자동차용 전지 수주잔고가 60조원이었는데, 대형 프로젝트와 수주 물량 확대로 수주잔고가 상당폭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은 당초 2020년 자동차용 전지 생산능력을 9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수주 물량 증가로 생산능력을 10~20% 확대하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지난해 10월 기공식을 개최한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은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해 5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구 회장은 미래형 IT(정보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 출신인데다 후계자 시절 LG전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각종 콘퍼런스나 포럼 등에도 참석했는데, 2015년 4월 LG그룹의 IT서비스 회사인 LG CNS가 주최한 IT 콘퍼런스 '엔트루월드 2015'에 참여하기도 했다.

LG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했다. 자율주행 부품, 인공지능, 로봇 등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회사 라이드셀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본 지역은 LG사이언스파크가 도쿄에 '일본 신사업개발담당'을 두고 소재∙부품 분야 강소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올 8월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제조회사인 오스트리아 ZKW 지분 70%를 7억7000만유로(약 1조108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을 80억달러(8조6600억원)에 인수하고, 2014년부터 미국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한 것과 비교해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미국 실리콘밸리에 투자회사 만들고 유망 스타트업 발굴

지난해 말 구 회장 취임 후 처음 실시된 조직개편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계열사는 LG전자다. 구 회장은 후계자 시절 LG전자에서 근무했고, 회장 취임 직전에는 LG전자 B2B사업본부 ID(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역임했다.

LG전자는 미래 준비를 위한 신성장 동력과 핵심역량 확보에 역점을 뒀다.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300만달러를 투자, 미국 로봇개발회사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투자했다. 지난해 7월에는 약 536억원을 투자, 산업용 로봇제조 회사 로보스타의 지분 20%를 취득했다. 올 연말까지 로보스타 지분율을 33.4%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로봇사업센터는 새로운 로봇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CTO(최고기술책임자), H&A(가전)사업본부, 소재/생산기술원 등에 분산돼 있던 로봇 관련 조직과 인력을 통합했다. 센터장은 (주)LG 기획팀장 출신 노진서 전무다.

자율주행사업태스크는 자율주행 관련 중장기 투자와 역량개발에 집중한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윤용철 전무가 리더에 선임됐다.

LG전자는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R&D센터'를 신설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를 CTO 산하로 이관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융합에 가속도를 낸다.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5G(세대) 통신 등과 관련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CEO 직속 조직인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융복합사업개발부문'으로 승격했다.

LG전자는 5개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는 VS(자동차부품솔루션)사업본부로, B2B사업본부는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로 명칭을 바꿨다. 과거 MC(휴대폰)사업본부에서 상품기획을 맡았던 권봉석 HE(TV)사업본부장이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한다.

올레드TV의 성공을 이끈 DNA를 MC사업본부에 이식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 시장의 승자와 패자가 갈린 상황에서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IT업계의 분석이다.

VS사업본부장은 스마트사업부장을 역임했던 김진용 부사장이 선임됐고, 영업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보쉬코리아 출신 은석현 전무를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