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저작권료 인상을 앞두고 유료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각종 할인 상품을 내놓으며 연말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에 따라 1월 1일부터는 신규 가입자의 경우 음원 이용료 중 원작자 몫이 5%포인트(60%→65%) 오른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저작권료 분배 규정이 바뀌기 전인 올해 말까지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것이다. 올해까지 확보한 가입자가 정기 결제하는 요금은 앞으로도 기존대로 이용료가 분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가입자를 포함해 올해 말까지 신규 가입자가 월 정액 요금으로 7900원을 내면 원작자는 4740원을, 음원 서비스 업체는 수수료와 할인 프로모션을 뺀 690원을 가져간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신규 가입자가 내는 요금 중 원작자 몫이 5135원으로 늘고 업체 몫은 295원으로 줄어든다.

한 음원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가 음원 시장에 정착한 이후 얼마나 많은 가입자를 정기 결제하게 만드느냐가 서비스 성패를 가르고 있다"면서 "기존 요금제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남은 8일간 출혈을 감수하고 집중적으로 할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월 900원·반값'…음원 업체들 파격 할인 경쟁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음악을 무제한 듣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상품인 '프리클럽'을 3개월간 월 29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이 상품의 정상 가격은 월 1만900원이다. 또 12월 말까지 정기 결제 이용권을 구매한 가입자에게는 카카오톡에서 쓸 수 있는 이모티콘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달 말까지 정기 결제 이용권을 유지한 가입자에게는 내년 1년간 매달 인기 이모티콘도 제공한다. 음원 서비스 업계 2위인 KT 지니뮤직도 올해 안에 월 정액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에게 8800원인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첫 4개월간은 3500원에, 이후 12개월간은 6000원에 제공한다. 1년 이용권을 구입하면 무선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도 제공한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새로운 음원 서비스인 '바이브'를 출시해 가입자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 네이버뮤직은 내년에 서비스를 종료하고 인공지능(AI) 추천 기능을 강화한 바이브로 서비스를 일원화한다. 네이버는 바이브에서 정기 결제를 신청한 가입자에게 3개월간 무료로 무제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파격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간이 만료되면 12개월간 이용료를 30% 할인해준다. SK텔레콤도 최근 '플로'라는 새 음원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11일부터 내년 2월까지 정기 결제를 등록한 모든 이용자는 최대 3개월간 무료로 무제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 SK텔레콤 휴대전화 가입자는 월 6900원인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을 50% 할인받을 수 있다. 벅스는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코 이용자에게 1만900원짜리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권을 3개월간 900원에 제공하고 있다.

내년 음원 서비스 요금 인상 불가피

음원 업체들은 새로운 저작료 규정이 적용되는 내년에는 음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용료를 타 업체보다 먼저 올릴 경우 신규 가입자 모집에 애를 먹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요금 인상 시기를 놓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한 음원 업체 관계자는 "저작권료 인상으로 업체가 가져가는 몫이 줄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요금 인상 폭과 인상 시기를 놓고 업체 간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요금 인상으로 이용자들이 애플이나 유튜브와 같은 해외 업체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법적으로 음원 서비스 업체가 아닌 유튜브는 자체적인 저작권료 규정을 적용하는데 국내 음원 업체 대비 3분의 1 수준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요금이 오르는 국내 업체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유리해질 수 있다. 음원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저작권료 징수 관련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불합리한 구조가 고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저작권 규정을 시행하면 국내 업체들만 고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