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강남대로 인근의 스타벅스. 점심 시간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당장 줄을 서도 커피를 주문하고 음료를 받을 때까지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이 가운데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하지 않고 곧바로 커피를 받아 가는 손님도 눈에 띄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만명 이상이 전국 1200여개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다. 대다수는 매장에서 주문과 결제를 하지만, 이 가운데 약 15%는 줄을 서지 않고 모바일 스타벅스 앱으로 미리 주문·결제한 음료를 매장에서 받아간다. 일명 ‘사이렌 오더’다.

사이렌 오더로 음료와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사용자의 모습.

이날 사이렌 오더로 커피 2잔을 시킨 직장인 이모(32)씨는 "식사를 마치고 사이렌 오더로 커피를 미리 주문하면 매장에서 긴 시간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사이렌 오더는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편의를 높인 스타벅스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타벅스의 강점은 흔히 알려진 브랜딩과 마케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타벅스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화다. 정보기술(IT)에 투자해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먼저 선보인다. 사이렌 오더를 포함한 애플리케이션(앱) 관련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2014년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사이렌 오더’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매장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길을 돌려 다른 커피숍을 찾아 나서는 고객 수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해결책이다.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 앱 내 선불카드에 돈을 충전하거나 신용카드로 미리 음료를 주문·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줄을 서지 않고 원하는 시간대에 음료를 받을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사이렌 오더는 길게 줄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성 고객과 1인 고객이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사이렌 오더는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배달하고 쇼핑을 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습관과도 맞아떨어졌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이렌 오더가 올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꼽은 ‘언택트 마케팅’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언택트(un-tact)란 사람과의 접촉, 즉 ‘콘택트(contact)’를 없애는 일종의 무인서비스를 함축하는 개념이다. 사이렌 오더는 이런 비대면 서비스에서 요구하는 편의성과 실용성을 갖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주문·결제가 클릭 몇번으로 간단하게 이뤄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모바일 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사이렌 오더만큼 간편하지 않다.

일례로 모바일 교보문고에서 도서를 주문하면 영업점에서 책을 수령할 수 있는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서비스는 책을 주문하고 결제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한다.

스타벅스 본사는 한국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이듬해 미국에도 비슷한 ‘모바일 오더&페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사이렌 오더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전 세계 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만 누적 이용 횟수 5000만건을 돌파했다. 하루에만 평균 9만건의 주문이 사이렌 오더로 이뤄진다. 전체 주문건수의 16%에 달한다.

이밖에 스타벅스 앱은 음료를 마시면 받는 쿠폰(e프리퀀시)을 모으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행사, 자주 마시는 메뉴를 등록하는 ‘나만의 메뉴’ 같은 맞춤형 서비스, 전자영수증 발급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