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기업들의 e스포츠 게임단 창단이 줄을 잇고 있다. e스포츠가 미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기업 홍보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게임의 성패가 e스포츠 시장의 흥망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잇단 게임단 창단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 非 게임사들의 잇단 e스포츠 게임단 창단…수익화 모델 개발과 마케팅 효과 노려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19일 e스포츠 구단 ‘샌드박스 게이밍(SANDBOX Gaming)’을 출범하고 e스포츠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1인 미디어 창작자 매니지먼트와 콘텐츠 제작, 브랜드 스폰서십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수익화 사업을 통해 창사 3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 측은 e스포츠 구단을 통한 e스포츠 사업 진출로 콘텐츠 제작과 수익화 사업 모델에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는 "Z세대들이 게임 콘텐츠와 e스포츠에 열광하고 있는 시대에 프로게이머는 호날두나 메시와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선수들만큼 위대하다고 믿는다"며 "블루오션이 될 e스포츠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샌드박스는 좋은 팀을 만들어 직접 참가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MCN 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가 19일 e스포츠 구단 ‘샌드박스 게이밍(SANDBOX Gaming)’을 출범하고 e스포츠 사업에 진출했다.

SK텔레콤은 올해들어 프로게임단 T1의 덩치를 불려 나가고 있다. SK텔레콤 T1은 지난 8월 'SKT T1 PUBG팀 공개 오디션'행사를 통해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펍지·PUBG)’팀을 공식 창단했다. 7월에는 카드 전략 게임 ‘하스스톤’ 프로게임단을 공식 창단하기도 했다.

오경식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그룹장은 "2004년 스타크래프트팀 창단을 시작으로 10여년간 e스포츠 역사를 함께 해 온 SK텔레콤 프로게임단 T1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팀에 이어 하스스톤팀과 PUBG 팀까지 창단해 e스포츠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자 한다"며 "e스포츠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동통신 산업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가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4월에는 한화생명이 LoL 프로게임단 '락스 타이거즈(ROX Tigers)'를 인수하면서 '한화생명 e스포츠팀(HLE)'을 공식 창단했다. 그동안 금융사가 프로게임단을 후원한 적은 있지만 직접 게임단을 창단한 것은 처음으로 당시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화생명 측은 e스포츠 주류 팬층인 10∼20대 예비고객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e스포츠팀을 창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2009년 진출한 베트남 시장을 포함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LoL의 인기가 높은 다른 동남아지역에서도 게임단을 통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2만6000여명의 관객이 들어찬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롤드컵 결승전 현장.

◇ 커지는 e스포츠 시장…"스타크래프트 몰락이 불러온 e스포츠 암흑기 교훈 삼아야"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e스포츠 게임단을 창단하는 이유로 커져가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고 기업 홍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2018년 연간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은 지난해 6억5500만달러(약 7300억원)에서 38.2% 성장한 9억600만달러(1조100억원)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은 스폰서, 광고, 중계권, 퍼블리셔 비용, 상품과 티켓으로 구성된다. 한콘진에 따르면 각각의 규모와 전년도 대비 예상 성장률은 스폰서 3억5930만달러(약 4000억원) 및 50.6%, 광고 1억6470만달러(약 1800억원) 및 17.3%, 중계권 1억7600만달러(약 1900억원) 및 88.5%, 퍼블리셔 비용 1억1130만달러(약 1200억원) 및 8.7%, 상품·티켓 9220만 달러(약 1000억 원) 및 12.2%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단 하나의 게임이 e스포츠 시장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잇단 게임단 창단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물음표를 제기하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로 e스포츠 시장이 처음 생겨났지만 여러 이유로 스타크래프트 관련 e스포츠 대회들이 없어지면서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암흑기를 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e스포츠 산업이 전반적으로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e스포츠 대회 운영진 측이나 게임단을 운영하는 측에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관련업계와 e스포츠 산업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