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는 삼성페이는 되는데 제로페이는 뭔지 잘 모르겠네요." (서울 홍익대 인근 음식점에서 일하는 김만옥(49)씨)

"아직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는데…현금 없을까?"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양말가게를 운영하는 배정숙(53)씨)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0%로 낮추겠다며 개발한 '제로페이' 서비스가 20일 시작됐지만, 아직 서울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 주변 등 주요 도심에서는 제로페이를 활용해 결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제로페이 가맹점을 찾기가 어려웠고 가게 주인이나 직원들 중 제로페이를 아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었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의 스마트폰으로 가맹점에 비치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결제 대금이 소비자 계좌에서 자영업자 계좌로 이체되는 방식(MPM)의 결제 시스템이다. 내년 3월부터는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생성된 QR 코드를 가맹점의 스캐너로 인식하는 방식(CPM)도 추가된다.

◇ 강남·홍대 등 제로페이 사용 어려워…'제로페이존'에서도 마찬가지

이날 오전 강남역 일대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약 20곳을 돌아다니며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한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오"가 전부였다. 일부 가게 직원은 삼성페이와 제로페이를 오인하거나 현대카드의 제로카드와 헷갈려하기도 했다.

홍대입구역 주변도 강남역 일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방문한 모든 카페와 음식점, 네일아트점, 편의점 등은 제로페이 가맹점이 아니었고, 일부 매장은 지급결제시스템 중에서는 알리페이나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은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제로페이는 아니었다.

(왼쪽부터)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영등포역 지하상가 곳곳에는 제로페이 안내 홍보물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서울시가 제로페이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제로페이존'으로 지정한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와 영등포역 지하상가도 제로페이를 통해 결제하기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지하상가 입구와 통로 바닥, 유리문 등에는 제로페이를 알리는 홍보물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다만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 일대 상인들이 대부분 제로페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면, 지하상가 상인들은 대부분 제로페이가 무엇인지는 알고있거나 들어봤다고 했다.

하지만, 상인들 대부분이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가게의 QR코드가 준비되지 않아 제로페이존에서도 제로페이를 통해 물건을 사기는 어려웠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속옷가게에서 일하는 박영순(53)씨는 "사장님이 잘 알긴 하는데 우리는 잘 모른다. 들어는 봤는데 이걸로 계산해달라고 하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못봤다"고 했다.

영등포역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천지영(29)씨도 "제로페이를 하려면 QR코드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QR코드가 안 왔다"며 "여기 고객은 대부분 중장년층인데다 어르신들은 휴대폰을 잘 모르니까 페이 서비스를 찾지 않는다"고 했다.

◇ 제로페이, 결제 번거롭고 불편

이날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와 영등포역 지하상가의 옷가게나 휴대폰케이스 판매점, 속옷가게, 신발가게, 가방가게, 음식점 등 제로페이 가맹점이라 붙어있는 가게에서 제로페이로 결제에 성공한 곳은 딱 한 곳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가맹점주와 소비자 모두 제로페이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 서울시에서 제로페이 안내를 위해 파견한 아르바이트생의 도움을 받고나서야 어렵게 결제를 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 '쏠(SOL)' 애플리케이션의 쏠 페이 기능으로 가맹점의 제로페이 QR코드를 인식하고 가격을 입력하면 계산이 이뤄진다.

우선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려면 가맹점에 QR코드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는 은행 모바일뱅킹 앱이나 네이버, 페이코 등에서 본인 출금 계좌를 연동한 상태여야만 한다. 소비자가 관련 앱을 켜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QR코드를 인식하고 가격까지 입력을 마쳐야 계산이 마무리된다.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번거롭고 귀찮다. 또다른 지급결제시스템인 카카오페이의 경우 가맹점주가 바코드를 찍으면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인데, 제로페이는 고객이 가격을 직접 입력해야 하는 등 다른 페이류와 비교해도 이용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했다.

◇ 소비자도 소상공인도 원치 않는 제로페이

이날 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들은 제로페이가 '무용(無用)'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하상가는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데다 고객도 휴대폰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층이 많아 제로페이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만난 상인들은 모두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겠다고 한 사람은 기자가 처음이라고 했다. 지하상가를 찾은 대부분 고객들은 현금으로 물건값을 치렀고 상가 곳곳에서 '현금가 만원', '교환·환불·카드X'와 같은 문구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카드결제기를 갖다 놓기는 했지만 지하상가는 시장처럼 현금으로 결제하는 문화가 있는데 제로페이라고 갖다놔 봐야 누가 쓰기나 하겠느냐"며 "수수료가 0원이면 뭐하냐. 제로페이로 계산하면 매출로 다 잡히는데 아무도 안 좋아한다"고 했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찾은 정주하(58)씨는 "보통 지하상가에서 쇼핑 할 때는 현금으로 계산한다"며 "현금으로 계산하면 몇 천원씩 빼주고 그러니까 신용카드도 쓸 생각을 잘 안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