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시 중관춘의 인터넷금융센터 빌딩 앞은 아침부터 1000여명의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이 건물 5층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1위 공유 자전거 업체 오포(ofo)에 보증금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중국 신화망과 봉황망 등 주요 매체는 이날 "오포의 보증금 환불 업무가 3개월째 마비됐다"며 "여기에 지난 10월 오포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는 루머까지 나와 불안한 이용자들이 본사로 몰려 들었다"고 보도했다.

작년 기업 가치가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까지 올랐던 세계 1위 공유 자전거 업체 오포가 3개월 전부터 보증금 환불도 못해줄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베이징에서 오포 직원이 고장 난 자전거를 길가에 쌓아놓는 모습.

신화망에 따르면 오포는 회원 가입 시기에 따라 자전거 보증금으로 고객당 99~199위안(약 1만6000원~3만원)을 받았다. 회원 탈퇴 신청을 하면 보증금은 2주 내에 고객의 계좌로 환불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오포 본사 앞 농성에 참가한 회사원 리(李)모씨는 "두 달 전에 신청한 환불이 아직도 처리되지 않았고 고객센터도 먹통이라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사태가 커지자 오포는 17일 저녁 "환불 신청 고객들에게 1~3일 내로 입금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입금될지는 미지수다.

◇공유 자전거의 신화에서 추락까지

오포는 노란색 공유 자전거 '샤오황처(小黃車)'로 창업 2년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등극한 중국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상징이다. 2015년 당시 베이징대학 재학생이던 다이웨이(戴維·27) 현 오포 CEO(최고경영자)가 동료 학생 2명과 함께 학교 내에서 자전거 공유 사업을 벌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17년 알리바바·디디추싱 등으로부터 총 11억5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받으며 기업 가치가 한때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까지 올랐다. 투자에 힘입어 오포는 한국 부산을 포함한 전 세계 21개국으로 진출해 회원 2억명을 보유한 회사가 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위챗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오포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오포 측은 파산설을 즉각 부인했지만, 곧이어 계약 관계에 있는 9개 자전거 제조사로부터 제조 대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오포가 알리바바로부터 6000만위안(약 98억원)을 빌려 직원들에게 월급을 줬다는 루머까지 퍼졌다.

오포의 추락은 올 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오포는 올 들어 수익 구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투자 유치에 번번이 실패하며 '위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포와 마찬가지로 자금난에 봉착했던 중국 2위 공유 자전거 업체 모바이크는 지난 4월 중국 외식 배달 앱(응용 프로그램) 업체 메이퇀에 37억달러(약 4조원)에 인수되며 안정을 찾았다. 오포는 올 초부터 알리바바·디디추싱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 금액이 오포의 2017년 기업 가치의 절반인 17억달러(약 2조원) 수준으로 책정돼 계약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 오포는 확장했던 해외 사업부터 접기 시작했다. 지난 7월부터 호주·미국·독일·일본 사업을 철수한 데 이어 한국 사업도 10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접었다. 이어 올 11월부터는 중국 항저우·난징 같은 대도시 사무실을 철거했고, 3000명이 넘었던 베이징 본사 직원도 1000명으로 줄였다. 최후의 보루인 자국 사업까지 대폭 축소에 나선 것이다.

◇수익성 불분명한 공유 자전거의 비극

전문가들은 오포의 몰락이 수익을 얻기 어려운 공유 자전거 사업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중국 공유 자전거 사업은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자전거 부착 광고를 금지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오포 역시 자전거 한 대당 160위안(약 2만6000원)을 받았던 광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오포의 사용 가격은 한 시간당 1위안(약 164원)으로 저렴하다. 광고 사업을 못하면 유료 회원을 아무리 늘려도 수익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오포는 올 6월까지 누적 적자가 64억9600만위안(약 1조644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샤오밍바이크·우콩바이크·딩딩바이크 등 중국 중소 공유 자전거 업체들은 줄도산했다. 김도윤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공유 자전거 사업은 고정자산 투자가 많은 것에 비해 단기적인 수입은 적은 사업"이라며 "공유 자전거를 운영하면서 쌓인 빅데이터로 미래의 수익을 기대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성공시키기에 힘든 사업 모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