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부실 책임 채권자도 지는 베일인은 추후에 결정키로
금융당국이 내년초에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에 따른 시장 혼란을 막고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회생·정리계획(RRP) 입법에 나선다.
RRP와 함께 제도 도입이 거론됐던 채권자 손실부담(Bail-in·베일인)의 경우 좀 더 추이를 지켜보고 도입키로 했다.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베일인을 RRP 도입과 분리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초에 RRP 제도화를 위한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RRP 제도화를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의원입법의 형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RRP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전 세계 각국에 도입을 권고한 제도다. 금융사의 사전유언장으로도 불리는데, 금융사가 도산할 경우를 대비해 자본확충, 자금조달 등 회생계획과 정리계획을 미리 만들어놓게 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금융회사 부실에 따른 시장 혼란과 납세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이 없는 정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내은행(D-SIB)에 한해 RRP 수립을 제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SIB는 부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전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금융회사를 의미한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이 국내에서 D-SIB에 해당한다.
RRP 도입은 은행들도 특별한 이견이 없다. 문제는 베일인 도입이다.
베일인은 금융회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금융회사의 주주나 채권자가 부실을 먼저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바꿔말하면 금융회사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한국 정부가 책임지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국 금융회사는 부실이 발생해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제 금융계에 있다"며 "이런 기대감 덕분에 한국 금융회사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온 게 있다"고 설명했다.
베일인이 도입되면 한국 금융회사가 누려온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국내 은행들이 베일인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아직은 베일인 도입이 이르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베일인을 도입하면 국내 은행들은 거의 모두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도 베일인을 도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만큼 우리가 서둘러 앞장설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