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세 가늠 어려워 14년 만에 범위로 성장 전망
"사용 가능한 정책 총동원해 올해 수준 성장세 유지"

정부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다. 당초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2.9%, 내년 2.8%였던 것을 고려하면 경기 인식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성장 전망치를 특정 수치 대신 범위로 제시한 것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환경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아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겠지만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와 유사한 수준인 2.6~2.7%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안팎으로 경제 활력을 저해할 요소가 많아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특정 수치가 아니라 범위로 제시된 것은 2005년 이후 14년 만인데, 이는 정부 내부에서도 경기 수준이 얼마나 더 둔화될지 명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투자를 중심으로 경제 활력이 저하됐고, 일부 정책이 시장의 기대보다 빠르게 추진된 데다 급격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올해 경제 흐름이 부진했다. 큰 흐름으로 봤을 때 내년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 전망은 여러가지 전제와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내년 정책을 제외하고 대내외 여건이 너무 불확실해 정확한 전망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내년 2.6~2.7%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과 미국·중국·일본 등 우리 경제와 밀접한 주요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 증가세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 요인이 가계부채와 맞물릴 경우 비교적 견고한 것으로 평가되는 소비 증가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률을 당초보다 0.2%포인트 낮은 3.7%로 각각 조정했다. 수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끈 미국 경제가 내년부터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금리는 계속 오르는 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은 그 효과를 다하고 있고, 미·중 무역 갈등은 미국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락세를 보인 것은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세계 경제 성장에 기대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때문에 주요 경제 연구 기관은 내년 성장률 전망을 2% 중반대로 낮추는 분위기다. 씽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6%로 제시하면서도 "대외 리스크가 불거져 교역량이 꺾일 경우 2.6%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각 2.5%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2.6~2.7% 전망은 각종 부양정책 효과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 전망에는 각종 부양 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정책효과가 없다면 내년 우리 경제가 2% 중반 수준의 성장조차 어렵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재정 지출이 올해보다 40조원 이상 확대되는 등 투자 활성화와 복지 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방점을 두고 있어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세를 보완할 수 있다"며 "내년 경제 상황이 적어도 올해 수준 이상으로 개선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재정지출 확대만으로는 성장 둔화 흐름을 막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 산업이 등장하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경제구조 개혁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최근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 내 공급 과잉을 완화하는 동시에 민관 투자 계획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구조적으로 투자 환경 개선과 규제 혁신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경제성장률 반등이 어려워 저활력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세 소실을 방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