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 축인 최저임금 정책 수정을 본격 검토키로 한 것은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와 내각(內閣)의 경제팀 교체를 계기로 정부 내부에서도 '기존 정책 방향에 집착하지 않고 유연하게 추진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또 다른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인 '주(週) 52시간 근로제'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 대기업 투자 촉진 정책 등도 함께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권 안팎서도 '부작용 우려'

청와대 내에서는 '기존 정책도 수정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는 연초 일자리 상황 등 경제 회복 시점을 '올 연말'이라고 했다가 각종 경제 지표들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년 하반기'로 늦추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부정하지 않는다"며 "소득 분배가 개선되지 못하고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대단히 뼈아프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고용 참사, 빈부 격차 악화 등 정책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기로 했고, 지난 7월엔 내년도 최저임금을 10.9%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후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지고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는 '최저임금 쇼크' 현상이 본격화됐다. 2001~2019년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9.1%였다.

최저임금 결정 이원화 등 추진

정부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방식 변경, 최저임금 결정 제도 개편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홍 부총리와 고용부 등이 언급한 '최저임금 결정 이원화 방안'은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현행 최저임금위를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와 '최저임금 결정위'로 둘로 쪼개는 방안이다. 전문가들로만 꾸려진 구간설정위가 이듬해 최저임금액 상·하한선(예를 들어 8500~9000원)을 먼저 결정한 후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가 이 범위 안에서 최저임금액을 최종 확정하는 방식이다. 프랑스도 비슷한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고용부는 사용자 측 최임위 위원으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다. 노동계 위원으로는 비정규직 대표 등이 참여할 수 있는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노총·한국노총 등 노조들의 영향이 지나치게 '과다 반영'된다는 문제점을 반영한 것이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경제 상황 등을 두루 담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 분배율 등 네 가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경제 상황(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고용 목표 등)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으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취지는 반갑다"며 "다만 최저임금 구간을 정하는 전문가들의 중립성을 확보할 방안이 없다면 (정부 추천 공익위원이 주도하는) 현행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전문가가 '가이드라인'을 주는 방식보다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당장 내년이 문제인데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