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이어 2017년 최대 실적 기록을 세운 뒤 올해까지 3년 연속 호황을 기대했던 정유업계가 4분기 예상치 못한 유가 하락에 발목이 잡혔다. 정유업계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마진 축소로 4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그나마 지난 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로 10월부터 줄곧 떨어지던 국제유가는 반짝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거래일 하루 만에 다시 하락하는 등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국제유가 흐름에 정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1달러로 지난 7일 52.61달러 대비 3% 떨어졌다. 영국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가격도 지난 7일 배럴당 61.67달러에서 지난 10일 59.97달러로 2.7% 하락했다. OPEC 감산 합의로 지난 7일 일시 상승했던 국제 유가는 거래일 하루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국제유가는 올해 초까지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3~4월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한 때 배럴당 90달러 직전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10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두바이유는 10월 4일 배럴당 84.44달러에서 지난달 29일 58.3달러로 30.9% 내려갔고, 브렌트유도 10월 3일 86.29달러에서 11월 30일 58.71달러로 31.9% 급락했다.
끝 모르고 추락하던 국제유가는 지난 6~7일 비엔나에서 열린 OPEC 총회에서 일일 120만배럴 규모의 감산 합의가 이뤄지면서 반등했다. 이날 합의된 감산은 내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이행된다. 문제는 유가 반등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유업계는 유가 하락세가 멈추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길 바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최근 2년 동안 안정적인 유가를 바탕으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10월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 영향으로 4분기 재고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축소된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마진을 의미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017년 4분기 평균 배럴당 7.2달러에서 올해 3분기 평균 6.1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지난 11월 월간 평균 4.6달러까지 급락했다. 11월 넷째 주에는 배럴당 3.8달러까지 떨어졌다. 아시아 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특히 11월 휘발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3.3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휘발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15달러였다. 1년 사이에 5분의 1 수준이 됐다. 휘발유 정제마진은 최근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마진 약세와 유가 하락으로 정유업계는 4분기에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두게 될 것"이라며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길 기대하고 있지만, 조금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불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