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등심 돈까스를 3000원에?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편의점보다 더 저렴한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켠에서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부담스러워진 경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닫는 업소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가격으로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버블 경제가 꺼지면서 나타났던 중요한 현상 중 하나는 가격파괴 업종들의 번성이었다. 하지만 음식의 경우 가격파괴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어떤 경우라도 맛과 품질을 지켜야 지속가능한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그래서 등장한 것이 초가성비 외식업소들이다.

우리나라도 경제 환경 변화, 고령화 진전 등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자들은 주머니를 닫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 등 음식점들이 부담할 비용은 높아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음식점의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초가성비 업종은 이웃 일본처럼 경제적 부가가치가 상실되는 버블경제 붕괴 시대의 생존 창업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생등심 돈가스를 단돈 3000원에

‘최고당’은 국내산 돼지고기로 만든 수제 돈가스를 3000원대에 먹을 수 있는 브랜드다. 샐러드돈가스, 카레돈가스, 치즈돈가스 외에도 쫄면, 돈코츠 라멘, 카레라이스 등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세트메뉴 가격도 만원을 넘지 않아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 식사로도 부담이 없다.

돈가스 전문점 최고당 점포 외부 전경. 국내산 돼지고기로 만든 수제 돈가스를 3000원대에 먹을 수 있다.

대표메뉴인 국내산 수제 생등심돈가스는 3900원이다. 치즈 돈가스는 6100원, 샐러드돈가스 6500원, 카레돈가스 5500원이다. 사이드 메뉴인 쫄면은 3000원, 냉모밀은 3800원, 미소라멘 돈코츠라멘도 3900원이다.

2인 세트는 돈가스 두 종류와 쫄면으로 구성되는데 1만2000원대이다. 돈가스 쫄면 음료를 모두 즐기는 1인 세트도 7000~9000원이다. 최고당은 초저가로 음식을 제공하면서도 신선한 국내산 생등심과 최고급 100% 모짜렐라 치즈를 강조하고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인테리어는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은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컨셉이다. 과거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는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복고풍 식기, 쟁반이 눈길을 끈다. 벽면에는 재치 있는 문구의 포스터가 붙어있어 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키오스크를 도입해 인건비를 절감했으며 전 메뉴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20평~50평까지 상권에 맞는 매장 형태로 들어갈 수 있다. 창업비용은 20평 기준으로 5000만 원 정도 소요된다.

미스터빠삭도 가격파괴 돈가스다. 단품으로 주문 시 2000 ~ 3000원대로 가격이 저렴하다. 빠삭등심 돈까스는 19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상품 가격을 낮춘 대신 소스는 별도 판매한다. 테이크 아웃형은 10평 기준으로 3000만 원대로 창업이 가능한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다.

미스터빠삭은 오감으로 즐기는 돈가스를 표방한다. 리조또치즈 롤까스, 애플파이 롤까스, 할피뇨크림 롤까스 등 세계 각국의 특색을 살린 수제까스가 대표 메뉴이다. 롤까스는 둥글고 기다란 형태로 칼로 자르지 않고 간편히 베어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6000원으로 고급 설렁탕 한 그릇

고급스럽게 여겨지던 한식에도 가격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설렁탕은 탕요리 중에서는 고급 요리라는 인식이 있어 가격대가 보통 만원 내외이다. 아무리 저렴해도 8000원은 줘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한우 사골육수가 들어간 설렁탕을 5900원대 제공하는 음식점이 있다. 혜움 F&B가 새로 출시한 ‘조은설렁탕’이 주인공이다.

조은설렁탕 점포 외부 전경. 한우 사골육수가 들어간 설렁탕을 5900원대에 제공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해 주방 동선을 단순화했다. 본사에서 냉장 상태로 국물을 보내줘 영업 준비가 손쉽다. 미리 그릇에 삶아둔 면과 파를 올려놓으면 끝이다. 고객이 주문하면 끓고 있는 육수를 부어 나가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짧다.
반찬인 깍두기, 김치도 각 테이블 마다 미리 놓여있어 서빙도 힘이 덜 든다.

성대시장에 위치한 1호점의 경우 최소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한 덕에 업종 전환 후 매출이 두 배 이상 껑충 뛰고 경비를 줄어들었다. 직원 4명으로 22평 매장에서 하루 15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생설렁탕은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에서 테스트 브랜드로 운영 중인 저가 설렁탕 브랜드이다. 설렁탕 한 그릇 가격은 6500원이다. 칼국수, 비빔국수 등 면 종류 가격도 6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설렁탕은 보양식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여름철에도 매출이 높다. 계절 영향을 받지 않아 매출이 꾸준히 유지되는 점이 장점이다.

◆외로움을 달래주다, 집밥을 저렴하게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겨냥한 가성비 업종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직장인들에게는 6000원을 넘지 않는 합리적인 가격이면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채선당의 행복가마솥밥은 가격경쟁력에서 편의점 도시락에 밀리지 않는 가마솥밥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5900원이면 갓 지어 온기가 담긴 솥밥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매일 아침 들여오는 3가지 쌈 채소와 4가지 반찬을 무료로 제공한다.

채선당 행복가마솥밥은 갓 지어 온기가 담긴 솥밥을 5900원에 제공한다

외식이 늘어나면서 집밥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아 푸드 코트에 입점한 한 매장은 1일 최고 매출 500만원을 찍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면요리는 다른 음식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원가가 낮아 가성비 창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칼국수&시락국밥 브랜드 '밀겨울'은 칼국수에 시락국밥까지 가격을 파괴해 면과 밥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밀겨울의 사골 칼국수는 3500원이다. 시골칼국수에 대한 반응도 좋지만 식사로 밀가루를 꺼리는 고객도 있기 마련이다. 밀겨울의 사골시락 국밥은 국에 밥까지 말아서 나오는 든든한 구성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응이 좋다.

밀겨울 사골 칼국수는 3500원이다.

사골시락국밥은 3900원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 고객들은 물론 건강을 챙기는 중장년들에게도 인기다. 시래기는 대표적인 항암식품으로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철분이 많고 변비나 빈혈, 성인병 예방에 좋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한식의 매력 덕분에 재방문율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밀겨울은 냉모밀 4900원, 옛날육개장 6500원, 궁중떡갈비가 2500원이다.

◆ 일본은 초가성비 업종 성공 시대

이웃 일본의 경우 가격파괴를 넘어서 초가성비 업종들의 성공 행렬이 어어지고 있다.

이탈리안 요리를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일본 이탈리안요리 프랜차이즈 1등 브랜드인 ‘사이제리아’가 가격파괴형 업종이라면 스테이크를 가성비 있는 가격에 제공하는 ‘이키나리 스테이크’를 비롯해 로스트비프와 스테이크가 수북이 쌓인 덮밥을 800엔대에 제공하는 ‘레드락’, 서서먹는 프렌치레스토랑 ‘오레노’ 등은 고품질의 음식을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초가성비 성공 사례들이다.

‘페퍼런치’로 유명한 ㈜페퍼푸드서비스가 선보인 ‘이키나리스테이크’는 회사의 주가를 4배 이상 급등시킬 정도로 성공한 브랜드로 등극했다. 이키나리스테이크의 성공으로 2014년 주당 1000엔이던 주가는 2017년 4245엔으로 껑충 뛰었다. 뉴욕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스테이크를 g으로 판매하는 것이 독특하다. 1g에 6~13엔 선이다. 300g의 런치 스테이크를 1300~1500엔에 즐길 수 있게 해 식자재비가 70%에 육박한다. 적은 이익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경영 효율의 극대화를 꾀하면서 고객수를 중심 경영으로 매출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음식점의 절반 가격에 즐기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기 품질이 뛰어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호텔급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오레노’는 서서먹는 독특한 컨셉에 고품질 양식을 합리적 가격으로 가성비 있게 제공한 것이 성공비결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한화그룹의 계열사가 일본 ‘오레노를’ 수입했다. 스테이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토마호크는 100g당 7900원대, 피자 파스타는 1만~1만5000원대이다.

◆ 가격경쟁력 업종으로 성공하려면

가격파괴, 가성비, 초가성비 업종들은 모두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품질까지 떨어뜨려 가격경쟁력을 가지는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품질은 떨어뜨리지 않거나 높이느냐에 진정한 경쟁력의 차이가 있다.

때때로 가격파괴 업종은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게 아니라 품질까지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해 단기적으로는 성공하지만 장기적으로 실패한 사례도 많다.

진정한 가성비 업종은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게 특징이다. 초가성비는 가성비에 독특함과 개성 매력까지 더한 게 특징이다.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고 제품의 매력도까지 더한 것이다.

초가성비 전략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는 전략 중에서는 가장 수준이 높은 전략이다.
가격파괴이든 가성비이든 초가성비이든 공통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가격 경쟁력으로 성공하려면 품질은 유지하고 경비는 줄이는 게 비결이다.

음식의 양이나 맛은 보통 이상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소스의 다양화, 시선을 호강시키는 화려한 토핑, 양질의 식재료, 경쟁력있는 조리법으로 맛과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상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비쥬얼과 스토리가 가미된다면 초가성비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경비를 최대한 절약해야 한다. 진정한 경영의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인건비 절약을 위해서 무인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양질의 원팩 포장제품 사용 등으로 조리 인력을 줄여야 한다. 복잡한 조리 공정을 단순화하고 양질의 식재료와 소스 사용을 통해 맛을 강화해야 한다.

이탈리안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서 성공한 사이제리아의 경우 알바생도 손쉽게 조리를 할 수 있도록 조리를 단순화 표준화 했다. 또 매장 직원들을 멀티플레이어로 훈련시켜서 주방과 홀 업무를 병행하게 해 인건비를 절약했다. 일을 줄일 수 있도록 동선 설계를 잘하고 일손을 덜어주는 다양한 설비와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생산지부터 고객의 입까지, 전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버티컬 머천다이징을 통해 철저하게 낭비를 없앤 게 성공 비결중 하나이다.

메뉴와 가격 설계도 중요하다. 시그니처 메뉴는 저렴하지만 음료를 필수적으로 선택하게 한다든지 2~3인 세트 메뉴를 개발해 묶음 판매로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필수품은 저렴하게 판매하고 소스 장국 등 부가제품은 별도 비용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설렁탕을 판매하는 조은설렁탕, 백종원의 인생성렁탕은 모두 수육을 자석메뉴로 제공해서 객단가를 높이고 있다.

곁들일 수 있는 사이드 메뉴를 다양하게 제안해서 전체적인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도 중요하다.

5900원에 설렁탕을 판매하는 조은설렁탕의 경우 일반 음식점에서 5000원대에 판매하는 만두를 2천9백원대에 판매한다. 감자전 부추전 같은 사이드 메뉴도 5000원이다. 특설렁탕의 경우 8000원에 판매한다. 오레노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음료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려면 상대적으로 상권 입지가 좋은 곳에 들어가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좌석배치와 동선 설계를 통해서 단시간에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오레노’와 ‘이키나리스테이크’는 서서먹는 컨셉을 가미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앉아서 먹을 경우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의자 높이를 키우면 그만큼 회전율이 빨라진다. 빠른 음악도 회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식사 시간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었다.

인재교육도 중요하다. 단시간에 많은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인재가 필요하므로 정규직은 물론 알바생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조리 서빙 등 일을 하는 프로세스가 엉키지 않는다. 인건비를 조금 더 주더라도 멀티플레이어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직을 줄이고 장기근속을 유도해야 한다.

가격파괴나 초가성비 업종의 가장 큰 리스크는 낮은 회전율과 적은 고객수이다.
가격이 저렴한데 고객이 적으면 수익을 낼 수가 없다. 따라서 모든 마케팅의 초점을 고객수 증대에 맞춰야 한다. 고객은 늘리고 경비는 철저하게 절감하려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과학적으로 경영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창업이 성공하려면 첫째 개성있는 디자인, 음식이라면 푸드스타일링이나 음식의 양 등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둘째 좋은 것을 파격적이거나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대담함이 필요하다. 셋째, 좋은 것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경영 역량을 가져야 한다. 이 삼박자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