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입주 단지가 쏟아지면서 서울 전세물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 만큼이나 '풍년'이다. 그만큼 전셋값이 고개를 쳐들 가능성은 작아졌다.

새 아파트에서 나오는 전세 물량이 늘면서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모두 세입자를 구하기 바빠진 상황이 됐다.

11일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3일) 기준 주간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95.1로 2009년 2월 첫째주(92.6)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매주 공인중개사 1000여명을 설문조사해 산출하는 것으로, 공인중개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전세 수급상황을 보여준다. 범위는 0~200으로, 수치가 100을 초과할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고 답한 이들이 많고, 100을 밑돌면 수요 대비 공급이 많다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그래픽=박길우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2009년 2월 이후 10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서울 전세난이 특히 심했던 2013년과 2015년에는 몇 달 연속 190을 넘어설 정도로 수치가 높았다. 올해 들어선 100 중반을 오가다 9월 둘째주 136.7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하기 시작해 11월 마지막 주(99.3)에는 100선이 무너졌다.

실제로 서울은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입주물량이 더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입주물량은 1만1101가구인데, 7~12월에는 1만5933가구로 4000여가구가 더 늘어난다. 그나마 12월 31일부터 입주가 시작돼 사실상 내년에 입주가 이뤄지는 9510가구 짜리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제외된 물량이다. 서울을 대체할 만한 경기도에서도 올해 입주가 대거 이뤄졌다.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 집주인들이 잔금 납부를 위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때문에 공급이 늘어 전세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6% 하락해 6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나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등 지역을 대표하는 대단지에서 급전세가 등장하고 불과 1~2달 전보다 전셋값이 수천만원이 떨어진 단지들이 생기고 있다. 아현동 G공인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전세를 내놓으면 1~2주 안에 세입자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1달 전에 내놓은 집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올해(2만7034가구)는 물론, 2015~2017년 평균치(2만7170가구)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만1982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터라, 당분간 서울 전세시장은 약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학군수요나 재건축 이주수요 등이 받쳐주는 강남·서초 지역은 지켜봐야겠지만, 나머지 지역들, 특히 강동이나 송파에 워낙 많은 물량이 쏟아지고 서울을 대체할 만한 경기도에서도 입주가 이어지는 만큼 내년에는 전셋값이 오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