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이었던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시 신풍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수업을 진행하기 전 스마트폰에 설치된 SK텔레콤의 미세 먼지 측정 앱(응용 프로그램) '에브리에어'를 통해 공기질(質)을 확인했다. 이 앱은 SK텔레콤이 지난 10월 이 학교 안팎에 설치한 5개의 미세 먼지 측정 센서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연동돼 있다. 미세 먼지 농도가 높으면 교사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교실마다 하나씩 설치된 공기청정기를 수업 중에도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학교 관계자는 "수원 전체의 미세 먼지 농도가 아닌 실제 학교 내부의 공기질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에는 학생들의 야외 활동을 자제시키고 있다"고 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이 미세 먼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세 먼지 측정을 골목 단위로 세분화해 출근길에 마스크를 챙겨야 할지 알려줄 뿐 아니라, 축적된 빅데이터를 학습한 AI로 미세 먼지 농도 예측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감지하면 정화… 미세 먼지 피해 줄여주는 사물인터넷

지난달 8일 삼성물산은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래미안갤러리에 주거 트렌드 체험관인 '그린 에너지 홈랩'을 개관하고 미세 먼지 피해를 줄이는 기술들을 공개했다. 먼저 아파트 동 출입문 쪽 별도 공간에 설치된 '에어커튼'은 사람이 진입하면 반도체 청정실처럼 바람이 불면서 옷에 붙은 먼지를 제거해준다. 아파트 안에선 현관 천장에 붙어 있는 공기질 측정 센서가 공기순환기와 연동돼 있다. 이 센서는 실내 공기질을 24시간 측정하면서 미세 먼지 농도가 설정치를 초과하면 공기순환기를 작동시킨다. 이를 통해 먼지를 빨아들이고, 정화된 공기를 다시 배출하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아파트를 5개 영역(단지 입구, 지하주차장, 동 출입구, 엘리베이터, 세대 내부)으로 나눠 미세 먼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영역마다 설치된 공기질 측정 센서는 해당 영역에 있는 공기청정 설비와 연동돼 있다. 한 영역의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연동된 공기청정 시스템이 가동된다. 입주민들은 공기질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통신업체들도 미세 먼지 측정과 예방 사업을 시작했다. KT는 지난해부터 '에어맵코리아'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총 2000여 개의 공중전화 부스와 학교 등에 공기질 측정기를 설치했다. KT는 일반 국민이 내년 중 스마트폰 앱을 통해 측정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받아 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에브리에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SK텔레콤은 '야쿠르트 아줌마'의 전기차와 지자체 건물 등에 공기 측정 센서를 설치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측정기 숫자를 올해 1800개에서 내년 5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는 건설사들과 제휴해 신축 아파트 단지 내 공기질 측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 AI로 미세 먼지 피해 줄여

미세 먼지 문제가 심각한 중국은 피해를 줄이는 데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IBM리서치센터와 함께 미세 먼지 관련 빅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는 '그린호라이즌 프로젝트'다. 이들은 2013년부터 중국 베이징·톈진·허베이성 3개 지역의 미세 먼지를 관측하고 있다. 아예 베이징 전역에 500×500m 범위마다 미세 먼지 농도를 3차원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했다. 이들은 측정된 데이터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 올라오는 미세 먼지 관련 글·사진·동영상 등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7만8000여 개의 불법 오염물 배출 공장을 폐쇄시켰다. 이에 이들이 관측하는 3개 지역의 미세 먼지 수치는 5년 새 36.7% 감소했다. 바이두도 AI가 기상예보를 하는 '스마트 예측' 서비스를 연구 중이다. 바이두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는 운전자들이 미세 먼지가 심한 도로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