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002020)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만 62세의 그룹 총수가 아직 한참 더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은퇴도 아닌, 새로운 일에 도전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물러나는 것은 매우 드문일이다.
이 회장의 퇴진은 그야말로 깜짝 발표였다. 과거 경영일선에서 스스로 용퇴한 총수는 대부분 70대였다. 이 회장의 아버지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은 74세에 경영권에서 손을 놨다. 구자경 전 LG 회장도 70세에 퇴진했다.
이웅열 회장의 행보는 우리 재계에 전하는 메시지가 크다. 한국의 재벌, 오너 중심의 기업구조는 국가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3~4세로 내려올수록 기업가 정신을 잃어가고 실망을 안겨줬다.
대한항공 땅콩사건, 한화의 폭행사건 등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 갑질논란이 이어지며 오히려 오너리스크, 반재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재벌가의 무조건적인 대물림 경영 관행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웅열 회장은 물러나며 장남 이규호 전무에 당장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았다. 대신 경험과 능력을 쌓으며 경영자로서 시험기간을 갖도록 했다. 이웅열 회장은 대주주로 남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이 나아가도록 했다. 해외 장수기업들은 대주주 후손들이 지분으로 소유권은 물려받되 경영권을 맡지 않거나 장기간 경영 시험대를 거쳐 확실히 검증받은 오너가만 전면에 나선다.
이웅열 회장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도 용감했다. 이 회장은 "코오롱호의 운전대를 잡고 앞장서 달려왔지만, 앞을 보는 시야는 흐려져 있고 가속 페달을 밟는 발에는 힘이 점점 빠졌다"며 자신이 그룹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고 느꼈음을 고백했다. 일부 총수가 80~90세가 넘어서도 퇴진하지 않다가 치매 등 건강 문제로 강제 퇴진을 당하거나 사실상 경영 능력을 잃어버린 것과 비교하면 이 회장의 솔직한 자기평가는 참신하다.
이 회장은 '회장'이라는 지위보다 회사의 성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 변화에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하는 기업가정신과 도전정신은 잃지 않았다. 새 일터에서 성공의 단 맛을 맛볼 준비가 됐으며, 행여 마음대로 안되도 망할 권리까지 가졌다는 이 회장의 마지막 발언은 이 시대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 개척 정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